“북러조약 이행의 가장 충실한 행동”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사실을 28일 공식 확인했다. 이에 다음 달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등판할지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날 언론매체에 보낸 서면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러시아 연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 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고 적혔다. 북한은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반 조항과 정신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그 이행의 가장 충실한 행동적 표현”이라며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성된 전황이 북러 조약 제4조 발동에 해당된다는 분석과 판단에 근거해,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러시아 측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파병이 김 위원장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얘기다. 북러 조약 제4조에는 양국 중 한쪽에 대한 유사시 다른 한쪽의 자동군사개입이 명시됐다.
북한의 참전 공식화는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공식화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화상통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월 생포한 북한군 저격수 정찰장교(왼쪽·26)와 소총수(오른쪽·2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캡처 |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사실을 28일 공식 확인했다. 이에 다음 달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등판할지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날 언론매체에 보낸 서면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러시아 연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 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고 적혔다. 북한은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반 조항과 정신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그 이행의 가장 충실한 행동적 표현”이라며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성된 전황이 북러 조약 제4조 발동에 해당된다는 분석과 판단에 근거해,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러시아 측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파병이 김 위원장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얘기다. 북러 조약 제4조에는 양국 중 한쪽에 대한 유사시 다른 한쪽의 자동군사개입이 명시됐다.
북한의 참전 공식화는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공식화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화상통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언급했다.
①왜 지금일까 : 러시아 전승절 계기 밀착 강화 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합의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
관건은 북한이 왜 군사 파병 사실을 이 시점에 인정했는지다. 북한은 이번 입장문에 ①파병 사실 인정 외에도 ②러시아 승전 대외선포 ③파병 정당성 부각 ④북러 밀착 공고화 등 여러 메시지를 담았다. 이와 관련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 전승절 직전 동맹관계가 부각된 데 대해 “모스크바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석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며 “최근 공개된 5,000톤(t)급 구축함의 첨단장비를 포함해 북러 간 (군사 및 기술)교류가 활발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전승절에 모스크바를 직접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는 비행기를 보유하지 못한 데다, 김 위원장이 다자간 정상 무대에 노출되는 걸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비행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석할 가능성도 있지만, 김 위원장 체면이 깎이는 일이기 때문에 극동 지방에서 별도 행사를 열어 단독회담을 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②무엇을 노렸나 : 참전 정당성 공표하고 내부 동요 차단
지친 표정의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채 사진에 찍히고 있다. 텔레그램 캡처 |
북한은 또 군의 ‘쿠르스크 해방 작전’ 투입을 부각했는데 이는 러시아 영토 재탈환을 위한 파병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러는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이 1만2,000명 규모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결정됐다고 확인한 이후에도 줄곧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오다 이제야 파병을 인정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외적 노림수로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신(新)나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참전을 제국주의 전횡에 맞선 국제 정의 실현과 세계 평화 수호의 공동위업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모두 피로했던 전쟁에서 (북한군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 점도 부각하려는 목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대내적으로는 “희생 장병들에 대한 당과 국가적 차원의 예우 등을 약속함으로써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③북한은 무엇을 얻나 : 군사기술 실리 챙기고, 고립국가 이미지 탈피
북한의 5,000톤급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이 지난 25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남포조선소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
북한은 참전 전후로 상당한 반대급부를 얻었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실 북한은 참전 초반 현대전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약 4,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지난 1월에는 2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는 등 피해도 상당했다. 그러나 반대로 성과도 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시점에 파병을 인정한 건 양국이 협력의 성과를 공개하며, 장기적 동맹 관계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며 “향후 북한은 첨단 군사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한미동맹에 대한 위협을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북한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알린 점도 덤이다. 임 교수는 “쿠르스크 승리 기여를 대내외적으로 국제적 위상 제고, 리더십을 강화하는 선전 소재로 활용할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선 “북한이 더 이상 고립된 국가가 아니며, 러시아라는 강대국과 군사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는 메시지를 통해 협상 레버리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내놨다.
정부 “북한 범죄 자인한 셈”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28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우리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한 데 대해 “범죄 행위를 자인한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적 행위”라며 “이를 공식 인정했다는 것도 스스로 범죄 행위를 자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도 “정부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한 북한의 파병이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임을 지적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