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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잔나비의 최정훈(왼쪽)과 김도형이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페포니뮤직 제공 |
“단순함이라는 거/ 우린 알 수 있을까/ 사랑은 먼 별에서 온 복잡한 일들만 같고/ 이 시대는 내겐 아직 어지러워”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밴드 잔나비의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에서 보컬 최정훈이 노래를 부르자 수천명의 관객이 숨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 노래는 28일 발표하는 잔나비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파트 1’의 타이틀곡 ‘사랑의이름으로!’.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피처링한 것이 알려져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날 카리나 대신 멤버 김도형(기타)과 입을 맞춘 최정훈은 “연애 감정에 국한된 사랑 노래보다는 좀 더 크고 보편적인 차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가 바라보는 사랑의 감각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갈하고 편안한 멜로디의 발라드에 “어디든 사랑을 찾아서/ 빛바래진 그 의미를 찾아서/ 이 밤도 쏟아지는 사람들 사람들”처럼 갈등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은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최정훈은 “3~4년 전에 노래 앞부분을 만들어 놓고 완성하지 못해 (오래) 들고 있었다”며 “갑자기 뒷부분 멜로디가 풀려 앨범에 싣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잔나비는 새 앨범에 담긴 8곡 가운데 타이틀곡을 비롯해 ‘플래시’ ‘주노 무지개 좌표를 알려줘!’ ‘아윌다이포유♥x3’ ‘옥상에서 혼자 노을을 봤음’ 등 5곡을 선보였다. 특히 통통 튀는 멜로디와 가볍고 신나는 편곡이 인상적인 ‘아윌다이포유♥x3’와 ‘주노 무지개 좌표를 알려줘!’가 열띤 호응을 끌어냈다. “네게로 뛰어들었던 걸/ 기억해 줄래/ 남은 두개의 목숨으로/ 아이 윌 다이 포 유”라는 가사(‘아윌다이포유♥x3’)에서 잔나비 특유의 청춘의 언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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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잔나비’가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페포니뮤직 제공 |
이번 앨범에선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밴드의 기존 노래들처럼, 사이키델릭 같은 복고풍 사운드부터 최신 이디엠(EDM)까지 다양한 실험을 했다. 소속사 페포니뮤직은 “잔나비가 추구하는 ‘사운드 콜라주’ 기법으로 과거의 향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적인 사운드로 가득 채워졌다”고 밝혔다. 콜라주는 각기 다른 성격의 재료들을 붙여 만드는 미술 기법의 하나다.
관객들은 뛰고 손뼉 치며 잔나비의 새 노래를 즐겼지만, 밴드는 2021년 3집 ‘환상의 나라’ 뒤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겪은 창작의 고통도 털어놨다. 최정훈은 “2~3년 동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무대 위에서 이렇게 하나씩 풀고 간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밴드는 그동안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내듯 열정적인 무대를 펼쳐 관객을 흥분시켰다. 대표 히트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부를 땐 모든 관객이 하나 된 듯 ‘떼창’을 했다.
이날 최정훈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공연 도중 “감기가 코로 왔다. 콧물을 풀어야 한다”며 무대 뒤로 두번이나 빠져나갔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객석 여기저기서 “노래 정말 잘한다”는 찬사가 나올 만큼 혼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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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의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파트 1’ 표지. 페포니뮤직 제공 |
공연 막바지 미국 밴드 포 넌 블론즈의 1990년대 히트곡 ‘왓츠 업’을 부를 땐 공연장은 거대한 클럽으로 변했다. 강렬한 하드록 편곡에 더해 최정훈은 꽹과리까지 들고 나와 무대를 휘저으며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노래가 끝났을 때 그의 다리는 휘청거렸다. 온몸이 땀에 젖어 마치 샤워를 막 마친 모습 같았다.
“찾아온 봄, 정말 행복하고 좋은 긍정적인 기운만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최정훈의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26~27일 공연한 잔나비는 5월3~4일 둘째 주 공연을 펼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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