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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전국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 교체를 진행하는 가운데 교체 첫 날인 28일 서울 중구 SKT PS&M 을지로점에서 가입자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SK텔레콤이 유심(USIM) 해킹 사태 수습을 위한 전사 차원의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유심 무상교체 첫날 일선 매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부족한 유심 재고와 시스템 마련을 위한 물리적 대응 시간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지만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부정확한 정보가 온라인에서 재생산되면서 고객들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오전 SKT 을지로 직영대리점에서 만난 김지훈씨는 “아침 일찍부터 왔음에도 대기번호가 길어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직원들이 종이로 된 번호표를 직접 나눠줬지만 출근길 인파와 뒤섞이며 받지 못한 고객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이날 배포한 번호표는 300~400개 남짓이었다. 일부 대리점은 유심을 확보하지 못해 고객이 발걸음을 돌린 곳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유튜브 등을 보고 서둘러 매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반차를 쓰고 나왔다는 직장인 허모씨는 “주말 동안 유튜브에서 보호서비스에 가입해도 불법 복제 위험이 있으니 유심을 꼭 교체하라는 영상이 많아 심각하다 싶어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정모씨도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는데 유명 유튜버가 유심 정보로도 금융 자산이 탈취될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매장을 찾았다”면서 “얼마나 대기해야 하는지 시간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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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전국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 교체를 진행하는 가운데 교체 첫 날인 28일 서울 중구 SKT PS&M 을지로점에서 가입자들이 유심 교체 서비스를 받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H카운터 인근에 마련된 SKT 로밍센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KT는 유심 교체 대란에 대비해 로밍센터 인력을 평소보다 50% 이상 늘리고 임시 부스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몰려든 인원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고객들은 긴 대기줄을 보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루머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일선 매장뿐 아니라 고객 불편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SI와 ICCDI 등 가입자 식별정보는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주소 등 핵심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SK텔레콤도 유심보호서비스 가입과 비정상인증시도차단(FDS) 만으로도 완벽한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T와 협의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시에도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가 발생시 사업자가 전액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리적 유심 교체가 아니더라도 해킹 피해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취지다.
잘못된 정보로 과도한 불안이 확산되면 이같은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SKT가 현재 보유 중인 유심은 약 100만개며 다음달까지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500만개 수준이다. 교체를 위한 물리적 여건도 제한적이다.
SK텔레콤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긴급 타운홀미팅을 열고 본사 직원을 포함한 전 구성원이 일선 대리점의 유심 교체 지원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무상 유심교체 서비스와 함께 소프트웨어(SW) 초기화 방식도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SK텔레콤이 개발 중인 유심 2.0 기술은 기존 유심의 하드웨어에 입력된 망과 연동하는 소트트웨어 정보 일부를 변경, 초기화하는 기술이다. 개발 완료 시 유심 교체 없이 기존 유심의 디지털 정보값을 변경할 수 있어 고객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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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SK텔레콤 로밍센터 앞에 유심 무상교체를 기다리는 출국객들로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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