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선물받은 아우루스 차를 번갈아몰여 북한 영빈관 구내를 달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6월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북한과 러시아가 모두 공식 확인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입장문 형식으로 28일 “국가수반(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꾸르스크(쿠르스크)지역 해방작전에 참전”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주 영토 탈환 완성을 보고하면서, 파병된 북한군의 역할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혈맹’으로 함께 싸웠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그렇다면 북러 양국은 왜 이 시점에서 파병을 공식화했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려고 러시아를 방문할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인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전승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 대신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인 6월19일 무렵 러시아를 단독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 출범할 한국 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 연구위원 |
―북한과 러시아는 그동안 파병을 인정하지 않고 침묵해왔다. 왜 이 시점에서 파병을 공식화했을까.
“북러가 지속가능한 혈맹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겠다는 신호를 발신한 의미가 가장 크다. 러시아 전승절 계기로 ‘쿠르스크 해방’ 등을 강조하며,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 승리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는 북한 특수군의 기여를 공식화해 북한에 사의를 표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상징성이 크고 중요한 쿠르스크를 북한군의 조력을 통해 완전하게 탈환하면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는 수직 상승했다. 북한으로서는 북한군 포로들이 공개된 상황에서 포로들의 한국행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북한군 사상자와 관련해 북한 내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국론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있다.”
―5월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식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까.
“북한이 이미 러시아에 충분히 큰 기여를 했기 때문에 모스크바 전승절 다자무대에 김정은이 갈 필요가 없다. 이번 전승절에는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정도가 참석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5월9일 전승절 행사에는 가지 않겠지만, 상반기 중 러시아를 방문해 모멘텀을 살리려 할 것이다. 지난해 6월19일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러 동맹 조약을 체결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을 계기로 방러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북러 동맹조약 1주년을 고려한 것이고, 한반도 상황과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한 포석이다. 이를 통해 한국 새 정부 출범 뒤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대화 메시지도 함께 발신하는 카드로 활용할 것이다.”
―다자무대보다는 김정은이 단독으로 조명을 받는 형식의 방문을 더 선호하는 것인가.
“전승절 모스크바 광장에 서게 될 다른 정상들과 김정은의 위상은 이제 질적으로 달라졌다. 벨라루스, 베트남,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정은은 무기에 더해 파병까지 해서 큰 희생을 했고, 쿠르스크 탈환에도 큰 기여를 했다. 러시아도 특별한 양자 방문 형식으로 김정은을 예우할 것이다.”
―북한군은 5월9일 러시아 열병식에 참석할까.
“현재로선 북한군이 열병식 참석을 준비하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북러 조약 4조를 언급한 것은 어떤 뜻인가.
“북-러 조약은 4조에서 ‘쌍방 중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에 처하게 되는 경우,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을 강조한 것이고, 평시에도 한미연합연습 등을 계기로 러시아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대남·대미 군사적 압박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3월 한미 연합연습 기간 동안 러시아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8차례 군용기를 무단진입시킨 것처럼, 러시아는 앞으로도 계속 ‘군사적 관여’를 통한 한반도 영향력 행사에 나설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5일 5천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 ‘원양작전함대’를 건설하겠다고 한 것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염두에 둔 것인가.
“러시아 태평양 함대가 (북한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으니, 앞으로 북러가 연합훈련이나 무기체계 성능 개발 등에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을 서두를까.
“점진적으로 북러의 첨단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번 북한의 발표문도 ‘전투포화를 헤치며 피로써 검증된 두 나라 사이의 불패의 전투적 우의는 앞으로 북러 친선·협조 관계 모든 방면에서의 확대·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단 러시아가 북한 파병에 대한 대가로 경유와 식량을 제공하고 있고, 안전 보장을 비롯한 정치적 협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가 대러시아 제재와 대북 제제를 함께 해제시키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지난해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에서 그런 논의가 이뤄졌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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