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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암초서 오성홍기 펼친 中… 필리핀,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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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리핀해 국가 태스크포스(NTF-WPS)는 27일 남중국해 암초 3곳에 자국 보안군이 상륙했다고 밝히면서 보안군 5명이 암초에서 자국 국기를 펼친 사진을 공개했다. /NTF-WPS

서필리핀해 국가 태스크포스(NTF-WPS)는 27일 남중국해 암초 3곳에 자국 보안군이 상륙했다고 밝히면서 보안군 5명이 암초에서 자국 국기를 펼친 사진을 공개했다. /NTF-WPS


중국 해안경비대가 최근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필리핀명 서필리핀해) 암초에서 주권을 행사한다며 자국 대원들이 오성홍기를 든 사진을 공개한 가운데, 필리핀도 같은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맞대응에 나섰다.

서필리핀해 국가 태스크포스(NTF-WPS)는 27일 남중국해 암초 3곳에 자국 보안군이 상륙했다고 밝히면서 보안군 5명이 암초에서 자국 국기를 펼친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2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자국 해양경비대가 남중국해의 작은 암초인 톄셴자오(鐵線礁·필리핀명 샌디 케이)에서 주권과 관할권을 행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중국 해안경비대 대원 4명이 암초 위에서 오성홍기를 펼쳐 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류더쥔 중국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중국은 톄셴자오와 그 인근 해역에 대한 명백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법에 따라 중국 관할 해역에서 권리 보호 및 법 집행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NTF-WPS는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자국 보안군들이 비슷한 구도와 포즈로 국기를 펼친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NTF-WPS는 성명을 통해 “암초 중 하나에서 914m 떨어진 곳에서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과 중국 민병대 선박 7척의 ‘불법 존재’를 목격했다”며 “이번 작전은 서필리핀해에서 국가의 주권과 관할권을 수호하려는 필리핀 정부의 변함없는 헌신과 결의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류더쥔 대변인은 같은 날 “중국 측 경고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인원 6명이 톄셴자오에서 활동했다”면서 “중국 해경은 법에 따라 확인하고 조치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톄셴자오를 포함한 난사군도와 인근 해역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며 “필리핀 측 행위는 중국 영토 주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전을 훼손한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아울러 필리핀을 향해 “즉각 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 해경은 관할 해역에서 법에 따라 권익 수호 및 법 집행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해안경비대가 남중국해 톄셴자오(필리핀명 샌디 케이)에 상륙해 오성홍기를 게양한 모습. /글로벌타임스

중국 해안경비대가 남중국해 톄셴자오(필리핀명 샌디 케이)에 상륙해 오성홍기를 게양한 모습. /글로벌타임스


다만 필리핀 보안군이 상륙한 암초 가운데 한 곳이 최근 중국이 점거한 샌디 케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BBC는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중국이 샌디 케이에 상주하는 징후는 없으며 해안경비대도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이 남중국해 암초를 한때 점거했다는 보도가 알려지자 미국 백악관은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임스 휴잇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 같은 행동은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갈등은 미군과 필리핀군의 연례 합동 훈련인 ‘발리카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어났다. 1만7000명이 참가한 이번 훈련은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며 미국의 신형 대함미사일 체계(NMESIS)도 투입될 예정이다. 필리핀은 국가 방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이고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이번 훈련이 도발적이라며 비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대만·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이 오성홍기를 펼친 샌디 케이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속한 곳으로, 필리핀이 영유 중인 티투 섬(필리핀명 파가사)에서 불과 4.6㎞ 거리에 있다. 티투 섬은 필리핀의 남중국해 최전방으로 스프래틀리 군도의 100여 개 섬·암초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다. 샌디 케이는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세컨드 토마스(중국명 런아이자오) 사주 등과 함께 중국과 필리핀이 충돌해온 대표적인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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