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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은 이렇게”…'불황 전문가' 등극한 미국 밀레니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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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발효에 제동..."권한 남용"
금융위기 때의 ‘절약 비법’ Z세대 사이서 대인기
SNS서 요리·여행·구직·저축 등 노하우·경험담 봇물
Z세대가 조언 구하기도…불황 콘텐츠도 재유행 조짐
"옛날 저렴했던 음식, 재료비 비싸져 안통해" 주장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최근 틱톡,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미국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의 ‘절약 노하우’가 Z세대(1997년~2012년 출생)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CNN방송 캡처)

(사진=CNN방송 캡처)




금융위기 때 ‘절약 비법’ Z세대 사이서 대인기

27일(현지시간) CNN방송, CNBC에 따르면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키키 러프(28)는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밖에서 사먹던 음식을 집에 있는 재료로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 직접 요리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과거 대공황이나 불황, 전쟁 시기에 출간된 요리책 레시피를 소개하는 동영상 가이드도 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직접 경험했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러프는 자신은 전문 셰프가 아니라며 ‘푸드스탬프’(저소득층 식료품 구매 지원 프로그램)를 통해 요리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의 팔로워는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35만명이나 늘었고, 게시물 조회수도 2100만회에 달했다.

이처럼 최근 틱톡, 인스타그램, X 등 SNS 플랫폼에서는 ‘불황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한 게시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한 탓이다.

구글은 이번달 ‘세계 금융 위기’(Global Financial Crisis) 관련 검색량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침체’(Great Recession) 관련 검색량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학을 졸업했던 사샤 휘트니(37)는 CNN에 “틱톡에서 Z세대가 경기침체에 대해 ‘억울하고, 좌절스럽고, 암울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그들에게 침체에 대비하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직업 선택 및 이력서 작성 방법, 수입에 맞춰 생활하는 방법, 클라나나 애프터페이와 같은 후불 결제 플랫폼을 삭제하는 방법, 비상금을 저축하는 방법 등을 틱톡에 게시했다.

이외에도 “해외가 아닌 플로리다로 저렴하게 여행을 가는 게 일상이었다” “고가 물건을 나중에 할인하면 환불받기 위해 영수증을 모아두곤 했다” “여러 종류의 옷을 살 여유가 없어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사교 모임에 참석했다” 등과 같은 조언이나 경험담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댓글에는 “옛날에 가난했던 사람들이 요즘 가난한 사람들을 가르친다”거나 “저녁식사에 자주 등장했던 돼지갈비야말로 대침체의 맛” 등의 자조섞인 농담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금모금 전문가인 M.A. 레이크우드는 “(금융위기 당시) 술집에서 칵테일을 사마시는 대신 집에서 홈파티를 열어 여러가지 저렴한 술과 믹서를 섞어 만든 정글주스를 자주 마셨다. 당시엔 유행인 줄 알았는데 경기침체 신호였다”고 말했다.

CNN은 “미국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심각한 불황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전례 없는 상황에 놓였다. 소득은 감소하고 부채는 늘어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혜를 나누고 있다”고 평했다.

(사진=AFP)

(사진=AFP)




Z세대가 조언 구하기도…불황 콘텐츠도 재유행 조짐

Z세대가 연장자들에게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먼저 조언을 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SNS가 널리 퍼지기 전이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댈러스에 거주하는 틱톡커 이마니 스미스(29)는 지출을 줄이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외식을 줄이고 친구들과 구독 비밀번호를 공유하기로 했다. 미용실에 가는 대신 아마존에서 프레스온 네일을 구매한다. 값비싼 립밤이나 양초와 같은 소액 구매도 줄이기로 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성인이었던 팔로워들에게 계획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가족 경제와 세대 간 경제를 연구하는 배브슨 칼리지의 메건 웨이 부교수는 “2000년대 후반에는 이웃들과 불황 노하우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면, 이젠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터로 일하는 스콧 실스(33)는 “우리는 바닥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경험한 전문가들”이라며 “어쩌면 밀레니얼 세대가 무언가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순간인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지금의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당시의 노하우가 통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콘텐츠 제작자들은 연방 최저임금이 2009년 이후 7.25달러로 동결된 반면 생활비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크게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붕괴를 촉발했던 부실채권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차이점으로 꼽힌다.

뉴저지에 거주 중인 디지털 미디어 매니저 킴벌리 카사멘토(33)는 2009년에 출판된 저렴한 식사 요리책을 기반으로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는데 “당시엔 저예산 식사로 여겨졌던 음식들의 재료비가 지금은 약 100~150% 급등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비싸져서 누구도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식비를 5달러만 줄여도 큰 승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불황 시기의 노래가 다시 유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SNS에는 2000년대 후반에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이나 노래, 플래시몹, 애니메이션 등이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