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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3월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 1월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부동산은 이질적 입지상품인 만큼 전국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시장이 존재하긴 어렵다. 지역경제, 인프라, 소비자의 소득이나 선호도에 따라 시장이 분화하기 마련이다. 전체 시장 아래에는 일정한 공간적 범위의 부분시장, 즉 하위(下位)시장이 존재한다. 하위시장은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시장 구조나 흐름이 닮은 '동질적 하위시장'도 생긴다.
동질적 하위시장에선 경쟁심리가 작동하므로 한 곳에서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예민하게 반응한다. '시세가 비슷한 저 동네의 집값이 오르는 데 우리 동네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식이다. 이를 주택시장의 '그룹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권역이나 인접 지역에 있는 주택들이 일정한 그룹처럼 움직인다는 얘기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가격이나 입지에 따라 그룹이 만들어진다. 서울 강남3구나 용산구가 대형 우량주인 블루칩(Blue chips) 지역이라면, 마포·성동·광진·강동·동작구 같은 인접 지역은 중가 우량주인 옐로칩(Yellow chips)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요즘 블루칩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후 투자자들이 옐로칩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장기간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필자가 만든 '물웅덩이 이론'으로 설명해 보자. 물웅덩이의 물은 옐로칩 지역 아파트, 물웅덩이 밖의 평지는 블루칩 지역 아파트로 비유할 수 있다. 두 시장은 일정한 가격 차이(갭)가 존재한다. 옐로칩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올라 블루칩 지역과 갭을 어느 정도 메우면 자금이 더 이상 몰리지 않는다. 블루칩 지역을 뛰어넘어 가격이 오르긴 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치 물웅덩이 속의 수위(水位, 물 높이)가 평지를 넘어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장기적으로 옐로칩 지역이 크게 발전해서 블루칩을 넘어설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블루칩 지역 가격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옐로칩 지역보다 훨씬 싼 저가주택 지역은 당분간 상급지와의 갭 메우기가 더 진행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강남발 가격 상승세가 크게 나타나지 않아서다.
주택시장의 주도주격인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들 지역 아파트 수요의 큰 축이었던 갭투자(전세 낀 주택구입) 비율(2월 기준 43.6%)이 불가능한 만큼 수요가 줄어들고 거래회전율도 낮아질 것이다. 이들 4개 구를 비롯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이 정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가격을 선행하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 가격을 밀어 올리는 힘이 세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가격이 급락하지 않을 것이다.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어서다.
문제는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시장에선 당분간 '토허제' 지정 직전 최고가 시세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허가구역 지정 이전 막판 신고가로 거래가 된 것은 허가를 받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비(非)허가 프리미엄'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 프리미엄이 사라진 이상 고점을 돌파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뜻이다. 주택시장에서 선발대가 빨리 달리지 못하면 후발대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토허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껑충 뛴 옐로칩 지역 아파트를 매도 호가대로 덜컥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고가를 경신한 아파트는 더욱 조심하는 게 좋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언제든지 정부가 옐로칩 지역 아파트를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는 게 좋다.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냉정한 접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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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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