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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관세폭탄에 美 신뢰 추락…트럼프 찍은 노동자 강타"

아시아경제 뉴욕(미국)=권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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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벌리 클라우징 UCLA 로스쿨 교수 인터뷰
바이든 행정부 재무부 부차관보 출신
관세, 트럼프 찍은 美 노동자부터 직격
향후 3~6개월 경제 충격 현실화 전망
"무역 감소·침체로 관세 수입 기대 못 미쳐"
금융시장이 관세폭주 제동…美 신뢰·리더십 약화
"트럼프는 취임 100일 만에 공격적이고 거래 중심적인 무역 태도, 기존 합의와 약속을 저버리는 규범 경시로 미국의 글로벌 위상과 리더십을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그가 돕겠다고 약속했던 노동자들에겐 보호 대신 더 큰 경제적 불안을 안기고, 이런 부정적 여파는 3~6개월 내 본격화할 겁니다".

킴벌리 클라우징 UCLA 로스쿨 세법·정책 석좌교수

킴벌리 클라우징 UCLA 로스쿨 세법·정책 석좌교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국제 무역·조세 분야 권위자인 킴벌리 클라우징 UCLA 로스쿨 세법·정책 석좌교수는 27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웠다(quite dismayed)"면서 "트럼프 첫 100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 금지, 연방정부 구조조정, 다양성 정책 폐기, 친환경 정책 철회 등을 골자로 국내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국제 무역 질서에는 전례 없는 충격을 가했다. 대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이란 핵 협상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 가장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건 단연 관세 정책이었다.

관세, 트럼프 찍은 美 노동자부터 직격…3개월 내 경제 충격

클라우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부과를 "매우 어리석다(very foolish)"고 직격했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의 지지를 발판 삼아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맨'을 자처하며 밀어붙인 무역 정책이 오히려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부터 때리며 '한 세대 만의 최대 세금 인상'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경고다.

그는 "미국은 지금 한 세대 만에 가장 큰 세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새로운 경제적 불안에 직면하고, 소비자들은 상품 가격 인상이란 사실상의 대규모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폭탄이 기업 등 생산자 측면에서도 "공급망을 교란하고 미 수출기업의 시장 접근을 제한해 미국 생산 기반 자체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에서 관세발(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클라우징 교수는 물가 상승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심각하게 우려했다. 그는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고 침체 가능성도 높다"면서 "이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 안에 부정적 충격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전망과 관련해선 "일회성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경기 둔화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거시경제를 관리하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상호관세 협상 난항 예상…"관세 수입 기대 못 미칠 것"

클라우징 교수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무역 질서가 "극심한 불확실성(huge uncertainty)"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9일 상호관세 발효 후 시행된 90일의 유예 기간에 이뤄질 미국과 각국의 통상 협상과 관련해서는 "피상적이고 수사에 불과한 결과가 예상된다"며 "실질적인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관세 전쟁이 철강·자동차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반도체·제약 부문으로 확산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추가 관세 면제나 유예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적 혼란을 가중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나 기업에 특혜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후 스마트폰·PC 등 일부 전자제품을 제외한 것을 놓고 미국에서는 중국 내 아이폰 생산 기지를 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의 친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관계는 사실상 금수 조치 수준"이라며 "양국 모두 파국을 피하려는 강한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관세가 소득세 감면으로 인한 세수 보완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경고도 내놨다. 클라우징 교수는 "무역·경제활동 감소로 관세 수입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관세는 역진적이고 왜곡적인 세금으로 서민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이 관세폭주 제동…가장 큰 문제는 美 신뢰·리더십 약화

최근 미국 주식·국채·달러 폭락 등 금융시장 혼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주에 제동이 걸린 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셀 아메리카' 현상 후 관세 정책과 관련해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클라우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공격적 정책을 축소하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며 "그의 정책 행보가 변덕스럽고(mercurrial), 행정부 내 견해도 엇갈려 시간이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경계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국가들에는 "한국 등 긴밀한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 방식에 매우 실망했다"며 "다른 나라들은 미국 이외의 파트너들과 무역을 확대하고, 재정 확장 정책을 통해 자국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라우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초래할 가장 심각한 문제로 금융시장 혼란에서 드러난 미국의 신뢰와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의 조치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 피해가 얼마나 깊고 오래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트럼프는 미국 기관의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대학을 협박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방문, 유학, 일하기 좋은 나라인 미국의 매력을 떨어뜨려 (인재를 흡수하지 못함으로써) 혁신과 기업가 정신, 경제 성장의 핵심 원천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킴벌리 클라우징 교수는

킴벌리 클라우징 UCLA 로스쿨 세법·정책 석좌교수는 무역과 국제 조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경제학자다. 2021~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부 세금 분석 담당 부차관보를 지내며 정책 실무를 이끌었다. 정부 정책과 기업 결정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연구도 주도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브루킹스 연구소, 세금 정책 센터 등과 협력해 경제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칼턴 칼리지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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