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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에 발생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를 다룬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사진=SBS 달리 유튜브 채널 캡처 |
30년 전인 1995년 4월 28일 오전 7시50분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출근길 시민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큰 굉음이 났다. 이 소리의 원인은 도시가스 폭발이었고, 사고 현장 인근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대구지하철 1호선 상인역 공사 현장이었다. 폭발로 인해 도로에는 불기둥이 치솟았고 일부 차량은 공사 중이었던 지하공간으로 추락했다. 무게 280㎏에 달하는 복공판(지하 공사 지점 위로 사람이나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임시로 깔아두는 판)이 사방으로 튀어 건물 3층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 사고로 101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다. 건물 80여채와 자동차 150여대도 파손돼 약 540억원 규모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특히 사고 현장 주변에 학교가 많았고, 등교 시간에 폭발이 발생했던 탓에 사상자 중 학생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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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에 발생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를 다룬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사진=SBS 달리 유튜브 채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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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배관 확인 안 하고 굴착 작업…명백한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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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에 발생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를 다룬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사진=SBS 달리 유튜브 채널 캡처 |
사고 조사 결과, 101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폭발의 원인은 지하철 공사장 인근에서 굴착 작업 중이던 백화점 신축 공사 업체의 '안전불감증' 때문이었다.
당시 백화점 공사 업체는 이른 아침부터 천공기(거대한 드릴이나 말뚝으로 지반을 뚫는 건설기계)를 사용해 굴착 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천공기 드릴이 지하 약 2m 지점에 도달했을 때, 현장 관계자들은 가스 냄새를 맡고 급하게 작업을 중단했다. 지하에 매설된 도시가스 배관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작업에 나섰다가 드릴로 가스관을 뚫어버린 것.
백화점 공사 업체는 도시가스 회사에 연락했고, 도시가스 회사는 안전 문제를 우려해 직원 3명을 급하게 현장으로 보냈다. 여러 관계자가 모여 대책을 강구하는 동안에도 가스는 계속 누출됐다.
지하에는 가스관만 매설된 게 아니라 우수관도 설치돼 있었다. 누출된 가스는 이 우수관에 침입해 지하철 공사 현장으로 옮겨갔고, 결국 20여분 후 지하철 공사 현장 지하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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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폭격 현장 이상으로 참혹했다"…구조대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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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에 발생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를 다룬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사진=SBS 달리 유튜브 채널 캡처 |
당시 폭발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김호제 전 대구중부소방서 구조대장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와의 인터뷰에서 "전쟁터에서 폭격 맞은 것 이상으로 참혹한 현장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정상적으로 (땅 위에) 서 있는 차가 한 대도 없었고, 차가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밖으로 튕겨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며 "가장 보기 힘들었던 것은 공사를 위해 세로로 꽂아놓은 철근 위에 사람이 떨어진 경우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그때의 참혹했던 상황은 뚜렷이 기억난다"며 "베테랑 구조대원도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구조에 나서는 사람도 그런 감정을 느낄 정도의 비참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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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에 발생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를 다룬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사진=SBS 달리 유튜브 채널 캡처 |
소홀한 안전관리로 대참사를 유발한 공사 업체 관계자 9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법은 사고 조사 감정보고서를 토대로 피고인들에게 폭발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 징역 5년 등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지하에 있는 관로나 전선 등의 정보 공유를 위해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에 나섰다. 아울러 도시가스사업법 개정과 긴급구난체계 정비 등 유사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대구 참사 약 2개월 만인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서 삼풍백화점이 붕괴했고, 불과 2년도 안 지난 1997년 4월 10일에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대구 때와 판박이인 도시가스 폭발 사고가 났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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