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에 돋보인 김선호 리더십
초대형 국책사업은 다음 정부의 몫
차기 구축함 알박기 논란 자초 금물
탄핵 정국에서 드물게 호평받은 고위관료가 있다.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김선호 차관이다. 충암파와 전임자의 그림자가 워낙 짙어 처음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하지만 보란 듯이 기강을 다잡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앞길 창창한 장병들이 대통령 관저 방탄에 동원될 뻔한 사태를 막았다. “사람을 다시 봤다.” 정치권과 군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강단에 더해 소신도 갖췄다. 김 대행은 5월 말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지 않는다. 아시아태평양 주요국의 안보수장이 매년 모이는 자리다. 2004년 장관급 행사로 격상된 이래 한국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가뜩이나 ‘코리아 패싱’ 지적이 많은데도 국제사회와의 스킨십을 마다한 셈이다. 뒤늦게 이유를 들었다. “미국이나 주변국이 고약하게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면 어떡하나. 다음 정부에 짐이 될 뿐이다.”
이처럼 그는 ‘대행 체제’의 임무와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다. 탄핵당한 정권을 수습해 분란 없이 차기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다. 의욕에 넘쳐 공연히 치고 나갔다간 대선 이후 부담만 커진다. 중요한 결정은 곧 선출될 권력의 몫이다. 선을 넘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가 초래한 혼선을 똑똑히 지켜봤다.
초대형 국책사업은 다음 정부의 몫
차기 구축함 알박기 논란 자초 금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2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제55기 의무사관 임관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탄핵 정국에서 드물게 호평받은 고위관료가 있다.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김선호 차관이다. 충암파와 전임자의 그림자가 워낙 짙어 처음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하지만 보란 듯이 기강을 다잡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앞길 창창한 장병들이 대통령 관저 방탄에 동원될 뻔한 사태를 막았다. “사람을 다시 봤다.” 정치권과 군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강단에 더해 소신도 갖췄다. 김 대행은 5월 말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지 않는다. 아시아태평양 주요국의 안보수장이 매년 모이는 자리다. 2004년 장관급 행사로 격상된 이래 한국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가뜩이나 ‘코리아 패싱’ 지적이 많은데도 국제사회와의 스킨십을 마다한 셈이다. 뒤늦게 이유를 들었다. “미국이나 주변국이 고약하게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면 어떡하나. 다음 정부에 짐이 될 뿐이다.”
이처럼 그는 ‘대행 체제’의 임무와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다. 탄핵당한 정권을 수습해 분란 없이 차기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다. 의욕에 넘쳐 공연히 치고 나갔다간 대선 이후 부담만 커진다. 중요한 결정은 곧 선출될 권력의 몫이다. 선을 넘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가 초래한 혼선을 똑똑히 지켜봤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 당국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 종지부를 찍겠단다. 함정도 전투체계도 우리 기술로 만드는 최초의 이지스함 프로젝트다. 해군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전례 없는 치적으로 남을 테니 누구든 욕심을 낼 법도 하다.
문제는 시점이다. 고작 한 달여가 지나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정치적으로 오해받기 십상인 때다. 물론 국방은 정권과 상관없이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이 염원하는 민주적 정당성을 앞설 수는 없다. 여러 해 미뤄온 숙원사업이라지만 앞으로 들어설 정부가 책임지는 게 순리다. 조급함은 금물이다. 방산계약에 훗날 이런저런 의혹이 불거져 시비를 가리느라 시간을 허비한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이미 잡음이 적지 않다.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관행이라지만,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는 과정에서 줄곧 지적해온 국민 눈높이에 어긋난다. 업체 선정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이 반대하는데도 군이 밀어붙인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식이면 차기 정부에서 감사가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은 격앙된 말투로 경고했다.
불법계엄과 대통령 파면으로 신뢰를 잃은 정부다. 막판 유종의 미를 거두려다 자칫 알박기가 되면 곤란하다. 다음 정부가 첫 단추를 제대로 꿰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우선이다. 신임 통수권자가 추구하는 안보 철학과 비전, 전략이 달라지면 무기에 요구하는 성능이 바뀔 수도 있다. 조선과 방산에 눈독 들이는 트럼프 정부에 맞서 KDDX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고민도 필요하다.
이런 복합적 고려 없이 그간 늦춰진 일정을 만회하려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는 건 급발진이나 다름없다. 미련을 버리지 못해 국회 눈치를 보며 묘안을 짜내 봐야 오기로 비칠 뿐이다. 김 대행은 상식에 부합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의 마지막 선택이 궁금하다.
김광수 정치부장 rolling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