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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2500만명, 재고 100만개…'대리점 오픈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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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터 이미 '소진' 문구
고객 "왜 불편 겪어야 하나"
개인정보 추가 유출 정황 無

지난 25일 서울 모처에 있는 SK텔레콤 대리점. /사진=김승한 기자

지난 25일 서울 모처에 있는 SK텔레콤 대리점. /사진=김승한 기자



28일부터 SK텔레콤이 전 고객 대상으로 유심(USIM) 무상 교체를 시작하면서 '대리점 오픈런'이 예상된다. 이미 주말부터 SK텔레콤 대리점엔 유심을 확보하려는 가입자들이 길에 줄을 섰다. SK텔레콤이 확보한 유심은 100여만개에 불과해 당분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대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SK텔레콤은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T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19일 0시 기준 가입자 중 유심 교체 희망 고객이 대상(회선당 1회)이다. 지난 19~27일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겐 비용을 환급한다.

당초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와 비정상 인증 시도차단 시스템(FDS)으로 유심 복제 등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유심 교체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자 방향을 틀었다. 재계 주요 기업들과 금융권에서 SK텔레콤 인증을 막는 등 사회적 불안이 확산하며 고객이 불편을 겪는 것도 고려했다. 유심을 바꾸면 기존 정보로는 불법 도용이 어려운 만큼 문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고객들의 걱정과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지속 마련하겠다"며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2023년 1월 약 3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10개월에 걸쳐 유심을 무상 교체했다. 개인정보 유출 후 약 한 달간 조사 끝에 구체적인 피해 규모가 확인되자 유심 무상 교체에 나섰다. 반면 SK텔레콤은 사내 시스템에서 데이터가 이동한 지난 18일 이후 열흘 만에 유심 무상 교체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가입자가 대리점을 찾아 유심을 교체하는 형태가 아니라, SK텔레콤이 가입자 전원의 유심을 일괄 교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고령층, 장애인, 도서·벽지 거주자 등 유심을 교체하기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경우 택배 등 대안이 없다는 점도 비판 요소다.

이에 SK텔레콤은 2500만명 가입자 전원이 유심을 교체하는 경우까지 대비한다는 계획이지만, 유심 교체 과정에서 스캠(사기)·보이스피싱 등을 막으려면 '대면 교체'가 필수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고객이 휴대폰 소유주인지 대면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70세 이상 가입자 중 디지털 취약계층에 상담사가 연락해 유심보호서비스를 안내하고 가입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8일부터 확보한 유심 물량을 직영점 ·대리점에 공급한다. 다만 확보한 물량이 100여만개에 불과해 초기 대란이 예상된다. 주말 사이 유심 교체 수요가 폭발하자 이미 주요 대리점은 문 앞에 '유심 소진' 문구를 내걸었다.

30대 고객 이모씨는 "근처 대리점 다섯곳을 다녔지만 모두 유심이 소진됐다고 한다"며 "피해자인 고객이 왜 유심을 찾아다니는 불편을 겪어야 하나"고 꼬집었다.

가입자들은 유심 교체가 늦어지는 사이 복제폰 등의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한다. 김용대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심보호서비스는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에서 유심이 활성화되는 것을 차단해 복제 유심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방지한다"며 "유심 변경 시까지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하면 충분한 안전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텔레콤은 현재까지 유심 일부 정보 외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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