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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슈퍼 앱’ 가고 ‘슈퍼 에이전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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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분석부터 상품 추천까지

알아서 척척 해내는 맞춤형 비서

성큼 다가온 ‘AI 에이전트 경제’가

금융 패러다임 바꾼다

올해 미국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핵심 화두 중 하나는 ‘퍼스널 인공지능(AI) 에이전트’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AI는 이제 모든 사람에게 맞춤형 비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가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킬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이다. 기존의 챗봇이나 자동화 로봇이 단순한 명령 실행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AI 에이전트는 목표 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새로운 AI 에이전트를 자체적으로 직접 개발할 것인지, 다른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것인지 혹은 기존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서비스를 보완해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에 금융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AI 에이전트 시대의 전망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4월 1호(414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슈퍼 앱에서 슈퍼 에이전트로

디지털 전환에 따른 플랫폼 경제에서 금융권의 화두는 슈퍼 앱 경쟁이었다. 슈퍼 앱이란 단일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통합돼 사용자가 하나의 앱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 중국의 위챗이나 동남아시아의 그랩, 한국에서는 토스가 대표적인 슈퍼 앱 사례이다. 앞으로 도래할 AI 에이전트 경제에서는 기존의 슈퍼 앱 개념이 슈퍼 에이전트로 확장될 것이다. 여기서 슈퍼 에이전트란 단순히 여러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사용자가 직접 여러 앱을 탐색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실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사용자 대신 판단하고 앱과 에이전트를 연결, 조정하며 행동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의 금융 슈퍼 앱에서 사용자는 직접 신용 조회를 하고 다양한 대출 상품을 비교한 뒤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금융 슈퍼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재무 상황과 목표를 분석해 가장 적절한 대출 상품을 추천하고 신청 과정까지 자동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자율 변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최적의 대환 대출 시점을 알려주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 AI 에이전트의 성공 방정식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슈퍼 앱의 기존 성공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슈퍼 앱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앱을 실행하고 여러 서비스를 탐색하며 원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별도의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사용자가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슈퍼 앱이 강조했던 사용자경험(UX) 개선과 기능 통합 전략이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사용자를 잘 이해하고, 다양한 에이전트 혹은 앱과 협업해 정확하고 빠르게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가 AI 에이전트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모든 금융 기능을 한곳에 모은다’는 슈퍼 앱 전략도 더 이상 안 통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가 굳이 중개 플랫폼을 거칠 필요 없이 AI 에이전트 간의 소통만으로 다양한 서비스의 연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소비 패턴과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보험에 자동으로 가입하거나 카드 사용 내역을 기반으로 적절한 보상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 전략적 협업 체계 구축 필요

이제 기업은 직접 슈퍼 에이전트가 되거나 슈퍼 에이전트의 강력한 협업 파트너가 되는 길 중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장기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자 하며, 플랫폼의 종속성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슈퍼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초기 비용 절감과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리며 금융 상품의 차별화보다 다수의 소비자에게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기존 AI 에이전트 사업자와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슈퍼 에이전트 개발에 도전한다면 국내 스타트업과 서비스 기업, 금융권 등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강력한 연합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슈퍼 에이전트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는 향후 한국의 모든 앱과 서비스들을 종속시킬 위험이 있는데 그 파괴력은 기존의 앱이나 검색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이들의 국내 시장 독점을 막으려면 국내 스타트업과 서비스 기업, 금융권 등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강력한 연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무 서비스에 특화된 AI 스타트업인 혜움도 네이버, IBK기업은행과 협업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슈퍼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연합 체계 구축 시도 중 한 예다. 기업이 AI 에이전트 경제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해 오픈 이노베이션에 투자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옥형석 혜움 대표 hs.ohk@heumlabs.io
진봉수 기업은행 소상공인고객팀 부장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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