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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샌프란시스코가 경기를 포기할 단계가 아니었던 가운데, 올 시즌 팀 내 최고 타자인 이정후의 출루에 기대를 걸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정후도 2B-2S까지 카운트를 몰고 가며 끈질기게 상대 투수 로버트 가르시아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데 5구가 논란이 됐다. 몸쪽 깊숙한 공이었다. 이정후가 화들짝 놀라 피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그런데 주심은 헛스윙 삼진을 선언했다.
주심은 이정후가 피하며 넘어지는 과정에서 배트가 돌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느린 그림으로 봐도 오심이었다. 이정후는 공이 배트에 맞았다고 항의했고, 실제 그랬다. 파울이 선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나 심판들이 논의한 끝에 원심이 유지됐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이례적으로 경기 후 불만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심판이 삼진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상식적으로 내가 손에 (공을) 맞았다면 뒹굴고 있었어야지, 바로 타석 준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아쉬움을 삭혔다. 팀이 져서 더 아쉬운 판정이었다. 파울이 선언됐다면 타석 기회가 더 주어졌을 것이고, 올 시즌 출루율(.388)이 4할에 육박하는 이정후가 어떤 식으로 활로를 뚫어줬을 가능성이 40%는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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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사실 몸쪽에 특별히 약한 선수는 아니다. 올 시즌 성적을 보면 몸쪽 코스에도 어느 정도 성적이 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바깥쪽이나 가운데 코스보다 성적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몸쪽 낮은 쪽 코스에는 헛스윙 비율이 높다. 이정후는 올해 존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헛스윙 비율이 굉장히 낮은 반면, 몸쪽 낮은 코스의 헛스윙 비율은 31%로 높은 편이다. 게다가 땅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코스다. 존 바깥의 몸쪽 낮은 코스에 방망이를 내 인플레이타구를 만들었을 때 아직 뜬공이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없다. 안타가 되든 그렇지 않든 100% 땅볼이다. 눈으로 향하는 몸쪽 높은 공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대처가 되고 있고 뜬공도 나오지만 기대 타율은 바깥쪽에 비해 아무래도 낮다. 투수로서는 확률 높은 코스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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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추신수의 경우에도 타격감이 좋을 때 워낙 뛰어난 선구안을 발휘하다보니 상대 투수들, 특히 우완들이 몸쪽 깊숙한 곳으로 공을 던져 추신수의 용기를 실험한 바 있다. 그래서 몸에 맞는 공들이 많이 나왔고, 실제 부상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 또한 투수들의 전략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이정후의 바깥쪽 콘택트를 묶어 두려는 몸쪽 공략, 그리고 때로는 위협구처럼 느껴질 수 있는 강한 공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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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27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리는 텍사스와 경기를 치른 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정말 길고 길었던 17연전 일정의 마지막 경기다. 이날 텍사스 선발은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유망주 우완 잭 라이터다. 90마일대 후반에 이르는 불 같은 강속구, 그리고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로 무장한 선수다. 포심을 좌타자 몸쪽 높은 코스에 굉장히 잘 던지고, 슬라이더 또한 이정후가 가장 약한 코스에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최근 이틀 동안 억울한 오심에 희생양이 됐던 이정후가 상대를 이겨내고 기분 좋은 휴식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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