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스포티비뉴스 언론사 이미지

이정후 잘하니까 바로 얼굴로 위협구 날아가네… MLB 견제 올 것이 왔다, 현미경 분석 역이용할까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원문보기
서울맑음 / 22.8 °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6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텍사스의 경기에서는 아찔하고도, 또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가 0-2로 뒤진 9회,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타석이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가 경기를 포기할 단계가 아니었던 가운데, 올 시즌 팀 내 최고 타자인 이정후의 출루에 기대를 걸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정후도 2B-2S까지 카운트를 몰고 가며 끈질기게 상대 투수 로버트 가르시아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데 5구가 논란이 됐다. 몸쪽 깊숙한 공이었다. 이정후가 화들짝 놀라 피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그런데 주심은 헛스윙 삼진을 선언했다.

주심은 이정후가 피하며 넘어지는 과정에서 배트가 돌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느린 그림으로 봐도 오심이었다. 이정후는 공이 배트에 맞았다고 항의했고, 실제 그랬다. 파울이 선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나 심판들이 논의한 끝에 원심이 유지됐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이례적으로 경기 후 불만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심판이 삼진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상식적으로 내가 손에 (공을) 맞았다면 뒹굴고 있었어야지, 바로 타석 준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아쉬움을 삭혔다. 팀이 져서 더 아쉬운 판정이었다. 파울이 선언됐다면 타석 기회가 더 주어졌을 것이고, 올 시즌 출루율(.388)이 4할에 육박하는 이정후가 어떤 식으로 활로를 뚫어줬을 가능성이 40%는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투수들이 이정후를 상대로 몸쪽 깊숙한 공을 던지는 빈도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투수와 타자는 보통 타자의 몸쪽을 어떻게 지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바깥쪽보다는 몸쪽을 던지는 게 어렵다. 하지만 투수는 그곳에 던질 수 있어야 경우의 수를 많이 만들 수 있고, 타자는 투수가 던지는 그 코스를 공략해야 한다.

이정후가 사실 몸쪽에 특별히 약한 선수는 아니다. 올 시즌 성적을 보면 몸쪽 코스에도 어느 정도 성적이 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바깥쪽이나 가운데 코스보다 성적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몸쪽 낮은 쪽 코스에는 헛스윙 비율이 높다. 이정후는 올해 존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헛스윙 비율이 굉장히 낮은 반면, 몸쪽 낮은 코스의 헛스윙 비율은 31%로 높은 편이다. 게다가 땅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코스다. 존 바깥의 몸쪽 낮은 코스에 방망이를 내 인플레이타구를 만들었을 때 아직 뜬공이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없다. 안타가 되든 그렇지 않든 100% 땅볼이다. 눈으로 향하는 몸쪽 높은 공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대처가 되고 있고 뜬공도 나오지만 기대 타율은 바깥쪽에 비해 아무래도 낮다. 투수로서는 확률 높은 코스라는 의미다.


상대 투수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지금까지 이정후는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투수들의 공도 잘 치고 있고,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좌완의 공도 비교적 잘 쳐내고 있다. 좌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좌완 상대 타율이 높은 비결이다. 반대로 우완이 던지는 몸쪽 코스에 대한 공은 조금 더 확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고, 근래 들어 투수들이 이 코스에 공을 던지고 있다. 빠른 공으로 바짝 몸쪽에 붙여 위협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몸에 맞힐 의도까지는 없지만, 일단 그렇게 공을 던져 놓으면 타자들이 타석에서 움찔할 수밖에 없다.

과거 추신수의 경우에도 타격감이 좋을 때 워낙 뛰어난 선구안을 발휘하다보니 상대 투수들, 특히 우완들이 몸쪽 깊숙한 곳으로 공을 던져 추신수의 용기를 실험한 바 있다. 그래서 몸에 맞는 공들이 많이 나왔고, 실제 부상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 또한 투수들의 전략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이정후의 바깥쪽 콘택트를 묶어 두려는 몸쪽 공략, 그리고 때로는 위협구처럼 느껴질 수 있는 강한 공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정후가 상대 팀에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올해 성적은 여전히 좋다. 꾸준하다. 최근 타격감이 한창 좋을 때보다는 다소 떨어진 게 사실이나, 그래도 꾸준하게 안타가 나오고 출루가 나온다. 시즌 27경기에서 타율 0.327, 출루율 0.388, 장타율 0.558, 3홈런, 16타점, 34안타, 3도루를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지난해 0.641에서 올해 0.946으로 크게 뛰었다.

이정후는 27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리는 텍사스와 경기를 치른 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정말 길고 길었던 17연전 일정의 마지막 경기다. 이날 텍사스 선발은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유망주 우완 잭 라이터다. 90마일대 후반에 이르는 불 같은 강속구, 그리고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로 무장한 선수다. 포심을 좌타자 몸쪽 높은 코스에 굉장히 잘 던지고, 슬라이더 또한 이정후가 가장 약한 코스에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최근 이틀 동안 억울한 오심에 희생양이 됐던 이정후가 상대를 이겨내고 기분 좋은 휴식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