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기는 2020년 본격적인 1군 주전 선수가 된 이후 매년 뛰어난 출루율을 선보였다. 2020년 출루율 0.411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0.456, 2023년 0.444, 그리고 지난해 0.447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자신만의 매력을 뽐냈다. KBO리그 1군 통산 출루율이 0.428에 이를 정도다. KBO리그 역사상 개인 통산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홍창기보다 더 높은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하나도 없다.
그런 홍창기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도입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은 선수다. 이전에는 아무래도 사람이 판정을 하다 보니 볼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ABS는 기계가 콜을 하는 만큼 정확한 선구안을 자랑하는 홍창기가 무더기 볼넷을 고를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있었다.
그러나 양상은 조금 반대로 가고 있다. 너무 정확한 눈을 가져서인지 오히려 ABS 도입 후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있었다. 지난해는 초반 적응기를 거쳐 5월 이후 또 볼넷 퍼레이드를 보이며 출루율을 끌어올렸지만, 올해는 존이 약간 하향 조정되면서 또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신장이 큰 홍창기에게 그다지 유리한 조정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또 적응해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있는 만큼 모든 면죄부는 될 수 없다.
다른 지표들은 큰 차이가 없는데 루킹 스트라이트만 엄청 늘어났다. 그렇다면 왜 늘어났을까. 염경엽 LG 감독은 홍창기의 몸에 이상이 있거나, 신체에 노쇠화가 온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단지 지금은 조금 운이 없다는 생각이다. 염 감독은 “올 시즌 초반은 조금 심한 것 같다. 홍창기 타석을 보고 있으면 코너로 오는 게 너무 많다”면서 “올해 창기가 삼진이 많은 게 다 칠 수 없는 공이 온다. 하이볼, 그것도 변화구로 하이볼이 오는 것은 지금 ABS존에서 어떤 누구도 공략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기존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은 아무래도 사각형의 모서리 부분이 깎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이 공들은 타자들이 안타는커녕 방망이에 맞추기도 쉽지 않은 공들이기에, ‘칠 수 있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준다’는 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ABS는 타자들에 대한 그런 배려(?)가 없다. 무조건 설정된 존대로 판정한다. 많은 타자들이 허탈해 하는 그 지점들이다. ABS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것은 맞지만, 하필이면 홍창기 타석에서 유독 그런 공들이 많다는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운이 없는 시기가 있으면, 또 운이 따라주는 시기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44경기라는 큰 표본의 정규시즌은 결국 평균의 법칙이 지배한다. ABS에 따른 유불리도, 시즌 성적도 평균으로 돌아간다. 홍창기는 27일 광주 KIA전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 2개를 골랐고, 이는 4월 2일 이후 실로 오래간만의 2볼넷 이상 경기였다.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다면, 성적은 생각보다 금방 올라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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