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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기억에 남는 스승, 시대를 밝힌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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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기억에 남는 스승, 시대를 밝힌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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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첫 장면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의 퇴직날부터 시작한다.

김주완씨가 3년 조기퇴직한 이유는 김장하 선생을 취재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보여주며 이 시대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울림있게 전달한다.

이 다큐 도입부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요지를 낭독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등장한다.

'김장하 장학생'이었던 그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를 하러간 자리에서 김장하 선생에게 들은 말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였다고 했다.

시절이 하 수상하기 때문일까.


최근 이 다큐가 역주행을 하고 관련 서적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다큐를 처음 보게 된 것은 중부매일 필진이자 교직에 몸담고 있는 최시선 교장의 추천때문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로서, 한글사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그는 누차 이 다큐를 꼭 시청하길 권했다.


최 교장께서 틈만 나면 학생들에게 군자의 도를 전한 덕에 '논어 독후감'을 스스로 써낸 옥산중 학생이 등장했으니 스승의 가르침은 늘 옳다.

최근 취재로 만난 유진테크놀로지 소속 배민준씨도 인터뷰 내내 '도전해보자'고 권유한 담임교사를 잊지 못했다.

일찌감치 진로를 정한 학생에게 안주하기 보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보길 권했던 교사 한 사람의 애정과 관심은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다.


기획시리즈 '그 선배의 취업비결'에서 만난 이들도 종종 학창시절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음을 고백했다.

말이 많은 아이에게 '말을 참 잘한다'고 칭찬파 선생님,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와도 된다'고 격려파 선생님, 자신의 시간을 쪼개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했던 열정파 선생님까지.

세월이 흐르고 인생의 굴곡을 거치는 과정 속에서도 선생님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선명했다.

물론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많다.

순수하고 예민한 학창시절이었기 때문일까.

세월이 지나도 또렷이 뇌리에 박혀있는 기억들은 어제 일처럼 그대로 재현된다.

손에 하얀 장갑을 끼고 문을 톡톡 두드리며 학생이 열어줘야 들어오는 예민파 선생님, 1대 9가르마로 늘 화가 많고 뺨을 잘 때렸던 분노파 선생님, 여자아이들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손을 만지작거렸던 성희롱파 선생님 등 인물 유형도 다양했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맞아 다시금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계엄, 탄핵, 파면이라는 과정속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감은 기성세대조차 김장하 선생같은 어른의 롤모델이 얼마나 귀한지를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그와 비견되는 어른의 삶을 실천한 채현국 선생도 평생 베푸는 삶을 살았다.

차이점이라 하면 냉정파로 말이 많지 않은 김장하 선생과는 다르게 열정파로 화끈한 어록들을 많이 남겼다.

그 중 7~8년전 무심코 넘긴 잡지에서 읽고 메모해 둔 그의 말을 옮겨본다.

'잘 늙을 생각 하지 말고 젊을 때 잘 살아.

난 늙어서 나빠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젊을 때는 나쁜 걸 잘 감추다가 늙었을 때는 감출 필요가 없으니 결국 드러나지.

그러니까 젊었을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돼.' 가르침은 지식을 넘어 삶을 전하고 어른다움은 책임과 품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환기하게 된다.

스승의 날은 단지 감사의 꽃을 건네는 날이 아니다.

우리 곁에 있었던, 혹은 여전히 곁을 지키고 있는, 그런 스승과 어른을 기억하는 날이다.

감사의 형식을 넘어, 우리가 어떤 어른을 기억하고, 어떤 어른을 닮아야 하는지를 묻는 날이 되어야 한다.

삶으로 가르친 이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 스승의 날이 지녀야 할 진정한 의미다.

스승, 어른, 인생의 멘토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좋은 5월이 다가오고 있다.

박은지 교육문화부장 스승,기억,어른,데스크칼럼,김장하,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