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엔 밴스 부통령 직접 바티칸행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날 알현하기도
최근 50년간 ‘아웃사이더’ 교황 3연속 재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날 알현하기도
최근 50년간 ‘아웃사이더’ 교황 3연속 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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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장례식을 위해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문화 전쟁’에서 자신들의 편을 들어 줄 보수파 인사가 새 교황으로 뽑히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주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서 “권력자들은 옛날부터 교황 선출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했다”고 지적하면서, “요즘은 돈과 통신 기술을 결합하면 곧 열릴 교황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기회가 있다”고 우려했다.
더타임스는 이날 보도에서 교회사 권위자인 알베르토 멜로니 모데나 레지오에밀리아 대학교 교수의 견해를 활용해 이같은 내용을 뒷받침했다. 멜로니 교수는 더타임스에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톨릭 교회를 이용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면서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날이며 부활절이던 20일에 교황을 알현한 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26일 교황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 그런 시도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만약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우파 인사들의 뜻대로 된다면, 새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혀 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일, 즉 강론대를 이용해 전통적 세계관의 장점을 옹호하는 행위를 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서방세계 전역에서 우익세력은 정체성, 이민, 젠더 정책에서 가톨릭 교회가 지원세력이 돼주기를 바란다. 러시아에서 푸틴이 정교회의 지원을 받아서 했던 일에 대한 부러움이 (서방세계 우익세력에게) 있다”고 부연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멜로니 교수는 최근 낸 콘클라베에 관한 책에서 즉각적인 글로벌 통신의 시대에 교황 후보자들이 비방과 흑색선전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령 아무리 근거가 없는 주장이더라도 성직자 성비위 사건을 은폐한 적이 있다는 식의 얘기가 일단 퍼지기만 하면 교황 당선 기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 멜로니 교수의 견해다. 특히 교황 선종 15∼20일 후에 시작되는 콘클라베 직전에 이런 소문이 퍼지게 되면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강대국 군주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일을 해 줄 사람이 교황이 되게 하려고 힘을 써 왔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추기경들은 친프랑스파, 친스페인파, 친오스트리아파 등 “당파”로 견해가 엇갈렸다.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의 가톨릭 군주들은 각각 자신에게 교황 선출에 대한 ‘거부권’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1903년 콘클라베에서는 유력 후보였던 마리아노 람폴라 추기경이 당선에 필요한 표 수를 확보하고도 오스트리아 황제의 ‘거부권 행사’ 탓에 낙마한 사건도 있었다. 덕분에 어부지리로 당선된 비오 10세 교황은 이런 ‘거부권 행사’를 불법화하기 위해 콘클라베 규칙을 변경시켰다.
이번에 이탈리아 출신이 교황으로 당선된다면 거의 50년만에 ‘아웃사이더 교황들’의 시대가 중단되는 역사가 생긴다. 초대 교황인 사도 베드로부터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까지 총 266명의 교황 중에서 217명이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특히 클레멘스 7세가 즉위한 1523년부터 요한 바오로 1세가 즉위 33일만에 선종한 1978년까지 약 455년간은 계속 이탈리아 출신 교황만이 등장했다.
그 후로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년), 독일 출신인 베네딕토 16세(재위 2005-2013년), 아르헨티나 출신이며 예수회 수도사였던 프란치스코(재위 2013-2025년) 등 3명의 ‘아웃사이더’ 교황이 잇따라 나와 합계 약 47년의 재위기간을 채웠다.
이들 ‘아웃사이더 교황’ 3명은 정치·사회적인 의미에서 보수우익과는 선을 그었다.
한편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 중 콘클라베 투표권이 있는 17명 가운데 피에트로 파롤린(70) 교황청 국무원장, 마테오 추피(69)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벨라(60) 예루살렘 총대주교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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