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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킹 피해 당한 가입자가 ‘오픈런’까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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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의 한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의 한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에 ‘유심 재고’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해킹 공격으로 유심(USIM) 정보가 일부 유출된 에스케이(SK)텔레콤 가입자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을 전전하는 일이 주말 동안 벌어졌다. 회사 쪽이 유심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이 회사가 해킹을 감지한 건 지난 18일이라고 한다. 한 주가 지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가입자는 해킹 피해를 당한 것도 분통 터질 일인데 유심 교체를 위해 ‘오픈런’까지 하게 생겼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나.



한겨레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동안 유심 교체를 위해 에스케이텔레콤 매장을 찾은 가입자들은 곳곳에서 ‘유심이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출입문 앞에 ‘유심 재고 없음’이라는 안내문을 붙인 매장도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줄을 서 있거나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이들의 사진과 함께 다양한 경험담이 올라왔다. 대부분 유심 무료 교체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쪽이 사과 문자도 제대로 안 보내고, 대응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다행히 유심 교체에 성공한 가입자도 장시간 줄을 서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 한 누리꾼(네티즌)은 “어머니 거동이 불편하셔서 2시간 거리인 본가까지 가서 휴대전화, 신분증 들고 근처 대리점을 돌아다녔다. 다행히 한곳을 찾아 교체할 수 있었지만 소중한 휴일이 날아갔다”고 했다. 이 회사의 유심 무료 교체 대상자는 2500만여명이라고 한다. 주말 동안 이 정도 물량의 유심을 생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밤 해킹을 확인하고도 41시간이 지난 20일 오후 4시쯤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시간 안에 피해 원인과 대응 현황 등을 신고하도록 한 규정(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제58조의2)을 어긴 것이다. 에스케이 쪽은 구체적인 사고 내용을 파악하느라 신고가 늦었다고 해명한다. 가입자에게 최대한 빨리 알려 개인정보 유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고객은 에스케이텔레콤이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의 위상에 맞는 위기 대응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최태원 회장은 ‘이에스지(ESG) 전도사’라 불릴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대응은 그런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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