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 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과 미국의 2+2 통상 협의 결과에 '환율' 이슈가 깜짝 등장했다. 다음 달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가 나오는 만큼 환율문제가 미국의 '협상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2 통상 협의 결과 4대 의제는 ①관세 ②경제 안보 ③투자 협력 ④환율이다. 환율은 그간 주요 협상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다가 이날 4대 의제로 갑작스레 언급됐다. 최상목 부총리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재무부 간 별도로 환율을 논의하자고 먼저 얘기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협상 때는 환율 언급이 없었는데, 한국은 미국이 콕 집어 들어간 상황이다.
다음 달 나오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를 지렛대 삼아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을 평가해 보고서를 낸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이 가운데 대미무역 흑자·경상수지 흑자 조건(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등에 걸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관찰대상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로 일종의 경고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더 하락한 만큼 관찰대상국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환율 의제는 '직접적인 절상 요구' 보다는 '협상 압박 카드'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플라자 합의 때와 달리 전세계 외환 시장 개방도가 높은 상황에서 직접적인 절상 요구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일종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트집 잡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면서 강력한 환율 개입 방지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종 합의문에는 환율 관련 조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의 원화 가치 절상 압박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은 '뾰족한 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금리를 높일 수도 없고, 이미 최근 한국은행은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개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보다 더 늘리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를 급격하게 올릴 경우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승헌 교수는 "달러 당 원화가치가 1400원으로 낮은 수준이라 1300원으로 오른다 해도 수준 자체는 큰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문제는 속도로, (절상 요구로 인해) 지나치게 빠르게 오를 경우 기업들은 변동성에 대응하기 어렵고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 수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100년 만기 채권을 매수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마러라고 합의'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인 만큼 '환율전쟁'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을 덮쳤던 '플라자 합의'의 악몽이 한국에 엄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985년 미국은 일본의 엔화 가치를 달러 대비 절상하는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시켜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고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가 촉발되는 계기가 됐다. 정부 측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 주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플라자합의 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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