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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서는 나쁜 사장 없게”…필수 인력 이주노동자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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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서는 나쁜 사장 없게”…필수 인력 이주노동자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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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이주노조 등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5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위험의 이주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민주노총, 금속노조, 이주노조 등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5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위험의 이주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어느 순간부터 사장이 많이 욕하고 소리 지르고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신발로 때리기도 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사업장 변경을 해달라고 얘기했는데 일도 안 시키고 월급도 주지 않고. 한번은 사장이 먹고 있던 커피를 얼굴에 던졌습니다.”



오는 5월1일인 ‘세계 노동자의 날'을 나흘 앞둔 27일 이주노조 조합원인 네팔 사람 비샬 비소컬마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아픈 기억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비샬은 경찰과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도 구제를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비샬은 “저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장한테 모든 권한이 있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는 나쁜 사장 없게 나쁜 제도를 바꿔 주기를 요구한다”고 외쳤다.



이날 건설노동자부터 학원 강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주노동자 3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등이 개최한 ‘2025년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모였다. 붉은 두건과 조끼를 걸친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조 설립 20주년이 된 이날까지도 나아지지 않은 이주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성토했다. 고용주의 폭력부터 산업재해, 임금체불까지 주제는 다양했다. 구호는 “강제노동을 철폐하라”,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이었다.



135번째 ‘세계 노동자의 날\'(5월 1일)을 나흘 앞둔 27일 건설노동자부터 학원 강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주노동자 3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등이 개최한 ‘2025년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모였다. 박찬희 기자

135번째 ‘세계 노동자의 날\'(5월 1일)을 나흘 앞둔 27일 건설노동자부터 학원 강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주노동자 3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등이 개최한 ‘2025년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모였다. 박찬희 기자


이들은 산업현장의 필수 인력이 된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규탄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정부의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제도 아래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박탈된 무권리 상태”라며 “사업주의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해도 떠나지 못하고 도리어 본국에 보내버린다는 협박을 받는 게 현실”이라 말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사업주 허가 없이 사업장을 이탈한 이주노동자는 바로 ‘미등록’, 불법 신분이 되는 탓에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킨 메이타 수원이주민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 사회의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체류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불안하게 살고 있다”며 “단속을 피해 기계설비 안에 숨었다가 기계에 발목이 껴서 발목이 절단된 이주노동자, 임신 중에 도망가다가 발목을 다친 채 연행된 뒤 강제 출국당한 태국 이주여성노동자, 단속을 피해 7m 높이 울타리에 숨었다가 떨어져서 숨진 베트남 여성, 이 모두가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일하다가 이렇게 끔찍한 일들을 당한 것이기에 참 마음 아프다”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의 대개혁을 실현하는 전환점이자, 이주노동자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기본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를 위한 대선 요구안 10가지를 선포했다. 요구안엔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금지협약을 준수하고 모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할 것 △위험의 이주화를 중단하고 이주노동자의 산업안전을 보장할 것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제 단속과 추방을 중단하고, 체류권을 보장하는 정책 시행할 것 등이 담겼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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