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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낮 12시께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에스케이(SK)텔레콤 대리점 앞 유심을 변경하려는 이용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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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USIM) 교체하려면 내일부터는 ‘오픈런’ 해야 할 것 같아 주말에 미리 왔어요. 기사 보니 사태가 심각하던데 에스케이(SK)텔레콤 쪽은 사과 문자 한 통 없고, 대응도 고객에게 떠넘긴 것 같아 화납니다.”
27일 낮 12시께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유심 교체를 기다리던 김아무개(36)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기줄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김씨의 앞뒤로도 유심을 바꾸려는 이용자 40여명이 줄을 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족한 유심 재고 탓에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돼 대리점을 급히 찾았다는 한진희(36)씨는 “한참 기다렸는데 유심이 떨어져 번호만 남기고 가라는 안내를 들었다. 아무것도 조치된 게 없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8일 확인된 해킹 공격으로 에스케이텔레콤 고객의 유심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에스케이텔레콤 이용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오는 28일 오전 10시부터 가입자에게 유심 무료 교체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보안 사고 우려에 하루라도 빨리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대리점들은 주말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실제 이날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또 다른 대리점에서는 오전부터 ‘유심 재고 소진’ 안내판을 써 붙였다. 이 대리점 직원은 “전날 오후 3시부터 5시45분까지 유심을 공급하다 현재는 재고가 떨어진 상태”라며 “그 시간에만 최소 150∼200명의 고객들이 대리점을 방문한 거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대리점을 찾은 한 이용자는 “유심은 언제 들어오는 거냐”,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도저히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항의하다가 자리를 뜨기도 했다. 뚝섬한강공원 부근에 있는 대리점 앞에서도 유심 재고가 없다는 안내판을 본 이용자들이 “여기도 유심이 없나봐”라며 다른 대리점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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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낮 1시께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부근의 한 에스케이(SK)텔레콤 대리점이 유심 재고가 부족하다는 안내를 써 붙인 모습. 이나영 기자 |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엠세이퍼 누리집과 패스(PASS), 카카오뱅크 등도 이용자 급증으로 전날부터 해당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유심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한 이들이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김아무개(38)씨는 “전날 저녁부터 패스 앱에서 20번 넘게 시도했는데, 과부하가 걸려 신청 자체가 안 된다”며 답답해했다. 현재 패스는 앱 첫 화면에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의 이용량 급증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이 일시 중단되거나,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공지를 띄운 상태다.
에스케이텔레콤 쪽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10년 이상 에스케이텔레콤을 썼다는 박아무개(28)씨는 “‘가족 결합 할인’으로 에스케이텔레콤을 쓰고 있어 온 가족이 비상”이라며 “사고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치고, 수습은 고객이 하는 꼴이라 화가 난다. 유심 교체만으로 보안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김현숙(50)씨도 “기사 보고 이번 사태를 알게 됐다”며 “아직까지 개별적인 안내가 없다 보니 나이 든 고객들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고, 알게 되더라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도 추진된다. 가입자들이 온라인에 만든 ‘에스케이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에는 27일 현재 3천여명이 가입했다. 카페는 “유심 정보는 단순한 통신정보가 아니다”라며 “복제폰 개통,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라고 주장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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