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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skt홍대지점에 유심 재고가 소진되었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5.04.27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 오전부터 유심 교체를 하기 위해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의 대기 행렬이 매장 밖까지 이어졌다. 아내와 함께 대리점을 찾은 직장인 김모 씨(48)는 “하루라도 빨리 교체를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문이 열려 있는 대리점을 찾아서 왔다”고 말했다. 대리점 직원은 “금요일부터 유심 교체를 문의하거나 방문하는 고객이 몰리고 있다”면서 “현재 보유하고 있던 유심은 이미 모두 소진되고 예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 후속 조치로 28일 오전 10시부터 전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유심을 무상 교체해 주기로 했지만 일부 가입자들이 시행 전부터 대리점을 찾으면서 주말 내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매장에 재고가 부족해 교체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가입자가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발품을 팔아서 몇 군데 갔는데 다 없다고 한다”, “대부분 대리점이 유심이 부족하다고 예약을 받고 있어 헛걸음을 하고 왔다”는 등의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SK텔레콤 측은 “유심 품귀 현상에 대응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무상 유심 교체는 1회 한정으로 받을 수 있다. 18일 밤 12시 기준 SK텔레콤에 가입된 고객이 대상이다. 이후 가입한 고객은 정보 유출과 무관해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19일부터 정식으로 무상 교체 서비스가 시작되는 28일 오전까지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추후 비용을 환급해 주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추가 피해 방지 대책을 협의한 후 ‘대고객 담화문’을 발표하고 “유심 교체 진행 과정에서 불편과 혼란을 막기 위해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 예방 효과를 가진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해 달라”면서 “해당 서비스 가입 후에도 피해가 발생할 경우 SK텔레콤이 100% 책임지겠다”고 했다.
유심은 SK텔레콤 대리점이나 공항 로밍센터 등에서 교체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 유심을 모두 판매하는 유통점에서는 받을 수 없다. 교체를 위해서는 본인 확인 절차를 위해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이심(eSIM)도 교체가 가능하다. 이심은 소프트웨어(SW) 방식으로 된 가입자 식별 장치라 자체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고, 필요 시 대리점 방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태블릿 등에 사용되는 ‘함께쓰기 유심’도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만, 일부 워치나 키즈폰처럼 유심이 내장된 기기는 교체가 불가능하다.
이날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이 몰리면서 본인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인 패스(PASS)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 ‘엠세이퍼’ 공식 홈페이지에도 동시 접속자 수가 급증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가입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과기정통부 등 관계 부처에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 등 조치의 적정성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유심 무상 교체 조치를 악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라는 키워드를 악용한 피싱·스미싱 공격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용자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SK텔레콤으로부터 해킹 사실을 신고받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사건 발생 시간을 석연찮게 수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SK텔레콤이 해킹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18일 오후 11시 20분인데 신고 과정에서 KISA가 20일 오후 3시 반으로 정정하면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KISA는 “신고를 받는 과정에서 사고 인지 시점과 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시점을 착각해 잘못 기록한 것”이라며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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