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인터뷰
탈당 직후 제21대 대선 출마 선언
“제3지대에 누군가는 있어야
단일화는 정책적 합의 필요
AI 사각지대 돌보는 회복사회 강조”
탈당 직후 제21대 대선 출마 선언
“제3지대에 누군가는 있어야
단일화는 정책적 합의 필요
AI 사각지대 돌보는 회복사회 강조”
◆ 2025 대선 레이스 ◆
![]()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은아 후보. [이상현 기자] |
“시민의식이 엄청나게 선진화됐다. 뛰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사표를 던진 허은아 후보(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불이 났을 당시 현장에서 월드IT쇼를 참관 중이었다.
건물에 탄내가 진동했지만, 그 누구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비상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에서 그는 다시 한번 ‘회복력’을 떠올렸다고 한다. 허 후보가 이번 조기 대선에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회복력이다.
화재 당일 늦은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허 후보를 만났다. 허 후보는 “그동안 안전사고가 다수 있지 않았나. 사람들이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은아 후보. [이상현 기자] |
허 후보는 이달 23일 당협위원장급 등 31명의 주요 당직자와 함께 기존에 몸담아온 개혁신당을 탈당했다. 이튿날 그는 ‘사라지는 나라에서 살아나는 나라로’란 표어를 내걸고 국회 앞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허 후보는 “우리가 말 하나만 믿고 리더를 뽑았을 때 어떤 슬픈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됐잖나”라며 “이번 대통령은 많은 변화를 이루겠단 욕심보단 회복을 해나가야 한다. 안 좋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걸 또 실천하는 회복력이 정치에서도 이뤄지리라 본다”고 했다.
허 후보가 이번에 제3지대 정치의 가능성을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단일화했는데, 제3지대의 가치가 국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지난 총선 두 달 전 여론조사에서 양당 다 심판하자는 의견이 41%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아쉬움이 적지 않다는 게 허 후보의 판단이다.
![]()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은아 후보. [이상현 기자] |
허 후보는 “(작년에) 총선을 뛰어보니 정말 제3지대는 힘들긴 하다.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그래도’란 심리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양당을) 뽑더라”면서도 “그래도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고, 제3지대에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제 행동은 어쩌면 새로운 시작의 첫 발걸음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당선될 수도 있다”며 “우선 제3지대에서는 이기고 싶다 한다. 1등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제3지대 정신과 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단일화 상대가 이를 존중해야만 (단일화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제3지대 정책이 아닌 얼굴마담 식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개혁신당 사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허 후보는 “(대표직에서) 해임되지 않았으면 당을 나올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이번 대선을 치르게 됐을 때 제가 생각한 건 오픈 프라이머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한 국민경선으로 문호를 열어야지, 아니면 당연히 이준석 후보가 당선될 테니까. 정말 사당이 아닌 공당으로서의 이 후보를 대통령 만들 생각을 했다”며 “저랑 함께했다면 사당 후보가 아닌 공당 후보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랬다면 지금의 지지율이 아닌 더 높은 지지율, 그리고 제3지대의 진짜 대표성을 띠었을 거라 본다”며 “이젠 제가 제3지대 대표성을 지겠다. 진짜 개혁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은아 후보. [사진 제공 = 허은아 캠프] |
허 전 대표는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인구 위기 극복을 국정 제1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우리 세대는 아이를 낳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정말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가 맞는가’가 핵심”이라며 “요즘 젊은 분들 중에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는 분들은 아이가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처럼 우리가 ‘가족’ 하면 떠오르는 그런 가치가 회복돼야 인구 감소, 인구 소멸 같은 고민을 안 할 것”이라며 “무조건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심적 부담 없이 아이를 낳고, 서울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행복하게 아이와 지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재계가 수도권 집중을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한 ‘메가 샌드박스’ 연장선이 필요하다는 게 허 후보의 생각이다. 그는 “(육성하려는 도시에) 일자리는 물론 여가생활을 즐길 도심, 아이를 낳아 보낼 학교, 나이 들어 찾을 병원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 화두인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는 국가 주도의 인프라 구축과 사각지대 해소를 꼽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깔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생산적인 부분이 성과를 이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지금 과학기술 강국이 된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이나 일반 시민도 AI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가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인프라 구축 후엔 기업과 개인의 자율성에 맡기되 정부는 AI 사각지대를 돌보아야 한다”며 “AI 발전으로 혜택을 누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과 피해가 예상되는 AI 사각지대가 반드시 생긴다. 그걸 국가가 적극적으로 돌보는 게 지속 가능한 회복사회”라고 제시했다.
![]()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은아 후보. [이상현 기자] |
허 후보는 자신 있는 분야로 ‘소통’을 꼽았다. 그는 “첫 직장이 대한항공 승무원이었다. 서비스직에서 봉사했기 때문에 ‘듣는 중요성’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며 “여야 대립 종식, 대연정, 책임총리제에 이르기까지 먼저 겸손하게 충분히 듣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국회의원이 됐을 때도 “허은아도 했는데 네가 못할 게 뭐 있어?”란 말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허 후보는 “과일 노점상의 딸, 전문대(인하공전) 졸업, 박사학위 취득…회사 운영을 20년간 했고 교수도 했고 이렇게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나간다”며 “누군가 ‘허은아도 하는데’라고 한다. 나는 그런 게 너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너무 무모하게 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이 돼 역사가 되지 않았나”라며 “길고 멀리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