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왼쪽 셋째) 지난 2019년 각료들과 연미복을 입고 총리 관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
일본 정부가 과거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와 배상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사히신문은 27일 전국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에 따른 사과·배상 관련 물음에 ‘충분히 해왔다’는 응답이 58%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부족하다’는 29%였다. 10년 전 같은 내용의 여론조사에서는 ‘충분히 해왔다’는 응답이 57%, ‘부족하다’는 24%였다.
일본 정치인이 피해 국가에 사과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할 필요 없다’가 47%, ‘해야 한다’가 44%였다. 2015년 조사에서는 ‘해야 한다'(46%)가 ‘할 필요 없다’(42%)보다 많았는데 10년 사이 반응이 역전됐다.
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침략전쟁이라는 인식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당시 전쟁 성격을 묻는 말에 ‘침략 전쟁’이라는 의견이 28%로 이전 조사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침략 전쟁과 자위전쟁, 양면이 있다’와 ‘자위전쟁’이라는 의견은 각각 42%, 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일본의 태평양 전쟁 패전 80년을 맞아 실시됐다. 사과·반성에 보수적 태도를 보인 이들이 일부 증가한 것은 최근 일본 정부 태도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일본 정부는 10년 간격으로 현직 총리가 담화를 내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 뜻을 밝혀 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70년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 계승 뜻을 밝히면서도 사죄와 반성을 간접 언급하는 데 그쳤다. 또 “전쟁과 관련 없는 후대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올해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아예 ‘전후 80주년 담화’를 안낼 방침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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