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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화 조심하세요"…피싱범죄 다시 기승, 50대 이상 피해 집중

이데일리 김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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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화 조심하세요"…피싱범죄 다시 기승, 50대 이상 피해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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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피해액 3116억…전년比 2.2배 증가
50대 이상 비중 53%…2023년比 21%p↑
카드 오배송·부고 등으로 악성 앱 설치 유도
악성 앱 통해 정신적 지배…일정 보고 지시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50대 A씨는 본인이 신청하지도 않은 카드가 배송되자 배송 기사에게 연락을 했다. 배송 기사는 A씨에게 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유도, 설치하게 했다. 알고 보니 해당 앱은 악성 앱이었고 원격제어 등을 통해 A씨를 속여 전 재산을 뜯어냈다.

대출이 필요했던 60대 자영업자 B씨는 저금리대출을 위해 한 온라인 광고에 적힌 곳으로 연락을 했다. 해당 업체는 지정된 경로를 통한 개인정보 입력이 필요하다며 금융회사 명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했고 악성 앱을 설치한 B씨는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어야 했다.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올해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어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고 전자기기 이용에 비교적 취약해 이를 이용한 범행에 속기 쉬운 50대 이상을 상대로 한 범행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악성 앱을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전화를 가로채는 등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지배해 많은 돈을 뜯어내고 있다.

(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1분기 피해액 전년比 120%↑…악성 앱 활용 범행

27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5878건으로 전년(5015건) 같은 기간 대비 17.2% 증가했다. 전체 피해액과 건당 피해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0%(1411억→3116억원), 188%(2813만→5301만원)가 늘어났다.

보이스피싱은 정부 합동 수사단이 꾸려진 2022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2021년 7744억원에 달하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2년 5438억원, 2023년 4472억원으로 하락세를 기록하다 지난해 854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 피해액이 3116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피해액 증가의 주요 원인은 보유 자산은 많지만 IT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50대 이상 피해자의 급증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5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2023년 32%에서 지난해 47%로 급증했고 올해 1분기 53%로 더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정교한 시나리오를 통한 기관사칭형 범죄 비중이 지난해 41%에서 올해 1분기 51%로 증가한 것으로 피해액의 증가 요인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시나리오가 악성 앱을 통한 기관사칭형 범행이다.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배송됐다는 문자나 안내를 통해 악성 앱을 설치하게 만든 뒤, 정부 기관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사례도 있었다. 부고·범칙금 통지·건강검진 결과·카드결제 해외승인 등 각종 미끼문자를 통해 링크 접속을 유도해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하기도 했다.


악성 앱이 설치된 경우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모두 범죄조직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심지어 통화도 가로챌 수 있으며 실시간 위치 파악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통화 상대방이 사기범이 아닌 실제 공공기관이고 실제로 자신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자료= 경찰청)

(자료= 경찰청)


전화 가로채기 등 철저히 속여…감상문 작성 지시도

피해자가 112 등 정부 기관에 연락해도 사기범이 이를 중간에서 가로채 실제로 벌어진 상황인 것처럼 속인다. 이들은 금융감독원·검찰·경찰 등 각 기관에서 사용 중인 전화번호 약 80개를 목록화해 범죄조직이 가로챌 수 있도록 했으며 범죄조직이 발신한 전화가 피해자 휴대전화에 기관 대표번호로 표시되게 조작하기도 했다.

심지어 피해자들에게 형사처벌의 두려움을 조장하기 위해 명의도용과 관련한 대출 사건 언론보도나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는 주인공과 관련한 영화 등을 보게 한 뒤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피해자에게는 30분~1시간 간격으로 전화나 메신저 내역을 정기 보고하게 하거나, 취침·기상·외출 같은 모든 일정을 보고하도록 강요했다.


피해자들이 경찰이나 은행원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수사 사항을 누설하면 구속된다”거나 “은행원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의심할 경우 범죄조직 구성원일 것”이라고 속여 불신을 조장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은행에서 큰돈을 인출할 때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 ‘중고차 구매 비용’, ‘자녀 결혼식 비용’ 등으로 거짓 답변을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적극적 단속을 통해 올 1분기 동안 전년 같은 기간 보다 78% 증가한 6218명의 보이스피싱 사범을 검거하기도 했으나 범행 시도 자체가 늘어나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곽병일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은 “범죄가 조직화, 고도화되며 범죄발생 사후 단속활동만으로는 온전한 피해회복이 어렵다”며 “국민들께서도 피해발생에 이르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유행수법과 예방법 숙지에 늘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