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아시아경제 언론사 이미지

文이어 尹까지…임기 종료 후 잇따른 동물 파양 논란, 대통령기록물법이 뭐길래[뉴스설참]

아시아경제 박현주
원문보기
서울맑음 / 13.1 °
(66)논란 일으킨 대통령기록물법
美·英도 퇴임후 국가 반납이 원칙
"동물외교 지양…생명이 도구 전락" 목소리도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 중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받은 알라바이견을 서울대공원으로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외교 선물과 관련된 '대통령기록물법'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대통령이 국가 원수의 자격으로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퇴임 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다. 살아있는 동·식물까지 포함하는 규정이다. 이에따라 대통령기록관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받은 알라바이견 두 마리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위탁해 사육하기로 했다. 다만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수탁받은 기관 또는 개인에게 예산 범위 내에서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자체 예산을 들여 이관받은 알라바이견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퇴임 직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두마리의 이관과 관련해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문 전 대통령이 임기 후 풍산개 두 마리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했고, 대통령기록관이 이를 광주 우치동물원에 위탁하면서 동물 파양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6월1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교 오찬 뒤 투르크메니스탄 국견인 알라바이를 안고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1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교 오찬 뒤 투르크메니스탄 국견인 알라바이를 안고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나라들도 고위 공직자가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국가 자산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이 역시 관리 비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해당 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하거나 추가적인 예산을 확보해 처리한다.

미국은 1966년 외교 투명성을 이유로 '외국선물법'이 제정됐다. 올해 기준 480달러 이내의 선물은 개인 소유가 가능하지만, 이를 초과하면 소속 기관에 신고 후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동·식물 등 살아있는 선물의 경우 개인 소유가 불가능하며, 즉시 공공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동물은 동물원·수족관·보호구역·연방기관, 식물은 식물원·농업부 산하 연구기관 등으로 보내진다. 신고 누락 또는 고의 은닉 시 징계 또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물 받은 동물이 보내지는 대표적인 곳은 미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이다.

1990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선물받은 코모도 왕도마뱀 '나가'의 새끼 '캐스터'. 미 덴버동물원 홈페이지.

1990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선물받은 코모도 왕도마뱀 '나가'의 새끼 '캐스터'. 미 덴버동물원 홈페이지.


1990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하지 모하마드 수하르토 대통령으로부터 코모도왕도마뱀 '나가'를 선물 받기도 했다. 몸길이 2.7m, 몸무게 90㎏에 달했던 나가는 신시내티 동물원에 이관됐으며, 나가의 새끼 32마리는 덴버 동물원, 인디애나폴리스 동물원 등 여러 곳으로 옮겨졌다.


영국 역시 국가기록 보관 규정에 따라 외국에서 받은 살아 있는 선물은 개인 소유가 불가하다. 대부분 왕립동물원협회(ZSL) 또는 지역 동물 보호소로 이관되는데, 민감한 경우 아예 수령하지 않는다. 1974년 에드워드 히스 총리가 중국 방문 중 받은 자이언트 판다 '차차', '칭칭'은 런던동물원에 이관됐다.

살아있는 동물을 선물하는 동물외교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세기 중반부터 외교 수단으로 자이언트 판다를 타국에 선물하거나 임대해왔는데, 생명을 정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판다 임대에는 연간 100만달러의 비용이 드는데, 이는 상대 국가의 동물원에 큰 재정적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도 있다. 캐나다와 핀란드는 비싼 임대료와 유지비용을 이유로 각각 2020년, 2024년 판다 반환을 결정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지난해 친선 외교 수단으로 '오랑우탄 외교'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희귀동물을 보호하지 않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