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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잘생긴 트롯'은 제작진에게도, 출연진에게도 하나의 도전 그 자체였다. 트로트 예능이라는 아직 낯설고 서툰 무대에, 경연이라는 긴장감을 얹은 여정.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모두가 진심을 다해 임한다면 그 과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성공이 될 것이란 믿음이 컸다. 낯설고 서툴지만 진심이었기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한 걸음씩 동행했다.
엑스포츠뉴스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 CJ ENM 사옥에서 tvN STORY '잘생긴 트롯' 황다원 PD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황 PD는 프로그램의 기획 및 제작 단계부터 진행 과정, 그리고 종영 이후 계획 등에 이르기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잘생긴 트롯'은 추성훈, 장혁, 최대철, 인교진, 지승현, 정겨운, 태항호, 현우, 김동호, 이태리, 한정완, 김준호 등 연예계 대표 12명의 남자 스타들이 트로트에 대한 진심을 담아 새롭게 도전하는 음악 예능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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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첫 방송을 시작해 최근 종영한 '잘생긴 트롯'은 기존 트로트 서바이벌 예능과 차별화된 포맷,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스타들의 색다른 트로트 도전으로 신선함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12명의 스타들뿐만 아니라 장민호, 이찬원 등 굵직한 트로트 스타들이 멘토 겸 '트롯듀서'로 나섰고, 트로트 씬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스페셜 게스트로 총출동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tvN STORY 채널 개국 이래 처음 선보이는 트로트 예능이란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고,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높은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기록과 지표에 대해 황 PD 역시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채널 영향 탓에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기대에 비해 다소 제한적인 성과를 거둔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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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생긴 트롯'은 tvN STORY에서 선보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tvN이 주로 젊은 층을 겨냥하는 반면, tvN STORY는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예능을 지향하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tvN 메인 채널에서 방송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중장년층을 위한 콘텐츠로 기획한 만큼, tvN STORY에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방향성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오히려 채널보다는 방송 시간대에 대한 아쉬움과 편성 제약으로 인한 고민이 컸다고.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는 출연진들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과 겹치지 않도록 편성하기 위한 고민이 컸다는 후문이다.
"금요일 밤 10시는 예능 PD로서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그 시간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시청률이 잘 나와서 감사한 마음이다. 방송이 이어지는 사이, 사회적 이슈나 화제성 높은 드라마 등 외부 변수들이 많은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점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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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PD는 방송 채널이나 편성 시간대와 같은 제약이나 변수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상에서 화제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직접 홍보에 뛰어들었다.
개인 채널을 통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게스트가 출연할 때마다 팬덤의 특성과 색깔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콘텐츠를 기획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단순히 트로트 노래에 머무르지 않고, 트로트 팬덤 문화까지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 역시 돋보였다.
'잘생긴 트롯'의 서바이벌 장치에 대한 시선은 내부에서도 엇갈렸다. 트로트 스타 12명이 최종 T4(트로트 톱4)에 오르기 위한 경연 여정을 다루는 부분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랐다.
황 PD는 애초에 프로그램의 취지가 '서바이벌'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고, 스스로도 경쟁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서바이벌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털어놨다. 다만, 아무런 장치 없이 힐링에만 치우치다 보면 극적인 요소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즐기면서 도전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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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달리 서바이벌은 진정성을 반감시키기 보다 이들의 열정을 극대화시켜주는 장치가 됐다. 출연진들 역시 처음에는 단순히 '트로트를 한다'는 의미로 출연했다면, 경연이 진행될 수록 열정이 과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심도 생겼다는 전언.
"출연진들도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끼고, 트로트가 더 좋아진다고 하더라. 그럴 수록 선의의 경쟁이 이어졌고, 일종의 자신과의 싸움이 되기도 했다. 의상이나 무대 퍼포먼스에 대한 욕심도 비슷했다.
춤을 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무대에서 춤을 춰본 경험이 없는 출연진도 많았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욕심을 내며 스스로 더 멋진 무대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서 보면, 출연진들 각자 욕심을 내주고 노력해주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충분히 부담을 느낄 법한 상황이지만, 스스로 욕심을 내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체로 감사함을 느꼈다는 황 P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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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누가 이렇게 단기간에 무언가를 해내라고 하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심사위원도 있고, 관객들도 지켜보는 자리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다 내려놓고 임해준다는 자체만으로 너무 고마웠다.
누군가는 억지로 해야 했을 수도 있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임해준 덕분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추성훈 씨가 최초로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장혁 씨가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랩을 선보이는 등 각자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이와 같은 변화를 지켜보며 스스로 마음 속에 쌓아둔 벽도 조금씩 허물게 됐다고. 아무래도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출연자들로 인해 힘들진 않을지, 인간적으로 지치진 않을지 걱정부터 앞섰던 것도 사실. 하지만 오히려 제작진을 먼저 배려하고 진심을 다해 임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며 반성하게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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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트롯'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이다. 제작진부터 생각해보면, 카메라 감독님, 무대 감독님, 미술 감독님 모두 무대를 만드는 데 있어 진심을 다했다. 촬영할 때도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고, 무대를 꾸밀 때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셨다.
출연자분들 역시 휴일을 가리지 않고, 프로그램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내고 고민해주셨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까요?', '연습 더 잡아주세요', '춤도 할게요'라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엑스포츠뉴스 DB, tvN STORY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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