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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한반도 타격 명분"…대만 전쟁시 '연루의 함정' 경고 나왔다

머니투데이 최성근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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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 인사이트] 미국과 일본이 만드는 동북아시아 전구구상…한중 전쟁으로 비화할 위기 단초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이 이미지는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중국 산둥 항모가 대만 근처를 항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만 국방부 /사진=이혜미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이 이미지는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중국 산둥 항모가 대만 근처를 항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만 국방부 /사진=이혜미


대만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경우 한국도 확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하나의 전구(one theater)' 구상이 나오면서 이런 우려에 가능성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한반도가 통합된 전구 영역에 들어갈 경우 주한미군의 대북 방어 태세가 약화해 한국도 중국을 공식적인 적대국으로 맞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선데이모닝 인사이트>는 미일이 대중 견제를 위해 통합된 전구 구축을 추진하는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대만 유사 시나리오에 따른 전망과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짚어봤다.


전쟁 억지력 노리는 미일구상…한국엔 족쇄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도쿄 방위성에서 열린 환영식 중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03,3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도쿄 방위성에서 열린 환영식 중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03,3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지난 3월 말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로 통합하자는 구상을 전달했다. '전구(戰區)'란 전시에 군사작전이 수행되는 지역으로 현재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에는 △한반도 전구 △일본 및 동북아 전구 △남중국해 전구 △인도양 전구 △괌 전력 투사 전구 등이 각기 전략 목표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일본이 제안한 대로 한반도와 남중국해, 동중국해가 한 전구로 통합한다는 것은 지역내 전시 지휘 및 작전 체계가 일원화된다는 의미다.

일본이 통합 전구 구상에 적극 나선 배경은 동아시아 지역에 미군 전력을 묶어두고 대중국 견제에 따른 부담을 한국, 호주, 필리핀 등 파트너들에게 분산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대만 이슈와 동중국해 영토분쟁 등 실질적인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해 파트너 국가들과 공동 대응하는 것이 일본의 안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리한 방침이라는 이유다. 일각에선 동아시아 지역에서 통합된 전력의 주도권을 주일미군사령부가 가져가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 편에서 전구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구 운용을 통해 대중국 견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데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는 동맹에 대한 재정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전략적 통제력을 유지하는 이른바 '전구의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제안은 미국 입장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대중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통합작전사령부를 통해 자위대가 주일 미군이 인태 지역 전구를 관리한다면 미국은 병력과 예산 증강없이도 충분한 대중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은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의 임무영역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주일미군 통합사령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미국은 대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을 규합하고 인태 지역에 배치된 미군을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의도가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만 위해 한국군 파병…중국엔 한반도 타격 명분

(요코스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8일(현지시간)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해상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취재진과 만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인도·태평양 국가와 협력의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0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요코스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요코스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8일(현지시간)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해상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취재진과 만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인도·태평양 국가와 협력의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0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요코스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한반도가 하나의 전구로 들어갈 경우 한국으로선 주한미군의 방어 공백은 물론 중국을 적대국으로 마주하면서 안보 위협이 확대될 우려가 크다.

우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커지면서 한반도의 억지력과 방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태사령부의 가장 큰 전략목표는 대중국 견제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전력이 체계화된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며 한반도에 특화된 한미 연합전력체계가 구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구가 통합되면 주한미군 전력이 상위 전략목표인 대중국 견제와 대만 방어를 위해 이동하거나 재배치되면서 필연적으로 한반도 방위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통합 전구가 되면 대만 유사시 한반도까지 자동적으로 전시상태가 된다는 점에서 안보적 리스크는 극대화될 수 있다. 주한미군 일부와 주일미군은 즉각 대만해협으로 전개되고 한반도의 방어 공백을 노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통합 전구 개념상 연합군의 작전 연계 의무가 강조되면서 미국은 한국군 파병을 요청할 수 있고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국으로선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 특히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참전가능성으로 중국은 대만 침공에 앞서 북한의 도발을 통해 발을 묶거나 주요 전력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포위 압박하기 위해선 통합된 전구 개념 하에서 장거리 타격 무기와 다양한 전력 배치를 통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면서 "미일은 한국이 별도의 전구로 있기보다 통합된 전구 안으로 들어오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비용 면에서 하나의 전구로 가자는 것이고, 주한 미군의 역할 조정, 전략적 유연성이 커지면서 한반도와 대북 통합 작전 능력은 줄게 된다"면서 "현재 주일미군(5만5000명)이 주한미군(2만8000명)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향후 한반도에 있는 4성장군을 주일미군에 두자면서 전구 안에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 외교 전략적 협상 나서야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7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길이 333m, 폭 76.4m, 무게 10만여 톤, 승조원 6000여 명에 달하는 니미츠급 항모인 칼빈슨함은 스텔스 전투기 F-35C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칼빈슨함은 한반도 근해에서 이달 중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연합 훈련 또는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3.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7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길이 333m, 폭 76.4m, 무게 10만여 톤, 승조원 6000여 명에 달하는 니미츠급 항모인 칼빈슨함은 스텔스 전투기 F-35C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칼빈슨함은 한반도 근해에서 이달 중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연합 훈련 또는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3.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대중국 견제 목적의 통합전구에 들어간다는 것은 중국을 적대시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중국을 상대하는 최전선에 서게 된다. 주한미군의 전력보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은 통합 전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강대국인 중국을 대항하는 거대한 항공모함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당장 서해는 한중간 대립으로 군사적 대치상태가 상시화되고 한국은 대북 방어와 함께 대중 방어 전략까지 구축하면서 안보상의 부담도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70년 넘은 고강도냉전지대이자 고도화된 핵위협이 가동되는 전구의 차별성이 희석되고 한미연합전력의 대응력도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대북 안보태세에도 차질도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통합 전구로 일종의 '아시아판 나토(NATO)'와 같은 다자안보 플랫폼이 형성되면서 지역내 무력 충돌이 동맹국의 참전으로 확전되는 동맹의 연루 위험을 지적한다. 기존에 한국은 대북 방어임무만 수행하면 됐지만 전구 단일화로 대만을 포함해 지역내 다양한 안보문제에 개입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단순히 파병 문제를 넘어서 인태 지역의 작은 분쟁이나 갈등이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훨씬 큰 안보적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관련해 반길주 교수는 "통합전구가 형성될 경우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충돌시 불가피한 '연루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면서 "다수가 연루의 함정에 빠지면 우발적 충돌이 확전되어 위기관리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과거 1,2차 세계대전처럼 소규모 전투가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통합 전구 구축에 반발하며 과거 사드사태를 넘어서는 강경한 경제적 보복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1300억달러에 달하는 대중 수출 시장은 큰 폭으로 축소됨은 물론 중국에 의존하는 다양한 원자재와 소재, 부품은 물론 소비재 수입도 큰 타격이 불가하다. 특히 최근 미중 관세전쟁에서도 부각된 희토류를 중국이 제재 수단으로 쓴다면 제조업은 물론 첨단산업까지 심각하게 위축된다는 점에서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통합 전구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반도의 안보와 국익 차원에서 철저한 준비와 함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홍민 연구위원은 "아시아판 나토를 노골화해서 대중국 견제의 축으로 설정되는 것이 한반도 안보와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한국 차기정부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전략적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보완함으로써 전력적인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욱 연구위원은 "통합 전구는 단순히 미국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대북전략의 현실성을 고려해서 한반도의 안보적 이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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