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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주한미군, 북한 너머 중국 견제까지?…한반도 정책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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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美정상외교 관심 보이지만 대외현안 산적해 당장 움직임은 없어
무차별적 관세 압박, 韓에도 부담…美의 對中경제 견제에 동참 요구할 수도
2019년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방문한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방문한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미국의 국익 관철을 우선시하며 동맹관계를 뒤흔들었고 이는 미국과 긴밀한 외교·통상 관계를 구축해온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군사력을 더 집중하기 위해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춰온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밖으로 확대하고, 한국이 한반도 방어를 더 책임지도록 하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는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외교에 관심을 계속 나타내고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른 시급한 대외 현안이 많아 당장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시도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에서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도 예외로 하지 않아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관계를 쌓아온 한미동맹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주한미군과 스트라이커 장갑차[연합뉴스 자료사진]

주한미군과 스트라이커 장갑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하나…방위비 인상 요구 뒤따를듯

미국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성공 때부터 제기됐다.


역대 미국 정부도 원했던 것이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이 지난달 언론에 보도되면서 실행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미국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러시아, 북한, 이란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의 동맹에 최대한 맡기며, 이를 위해 동맹의 방위비 지출 확대를 압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지침대로라면 미국은 한국에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국방 예산을 늘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고, 만약 한국이 이에 반대할 경우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대폭적인 인상을 반대급부로 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유연성 때문이 아니더라도 동맹에 안보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때문에 방위비 인상 압박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 현재 2만8천500명 수준으로 유지되는 주한미군 규모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지향적 성격을 고려하면 주한미군 감축을 일단 우려할 수밖에 없지만, 주한미군을 두는 것 자체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나온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통해 얻는 "입지적 우위"(positional advantage)를 강조하면서 감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미 양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든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오는 6월 개최하기로 하는 등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019년 판문점서 만난 김정은과 트럼프[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판문점서 만난 김정은과 트럼프
[연합뉴스 자료사진]



◇ 당장 여력은 없지만 김정은에 계속 보내는 대화의 손짓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외교 치적으로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지속해서 북한과의 외교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동안은 대북 외교를 재개하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급하게 해결해야 할 굵직한 대외 현안들이 있기 때문인데 그가 취임 첫날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해온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정을 중재하는데 상당한 외교력을 투입하는 모습이지만, 우크라이나가 반발하고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중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과 대화하고 있으며, 홍해에서 상선과 미군 함정을 공격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인 후티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또 순수한 외교·안보 현안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주요 교역국과 무역 협상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중국과는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의 투입이 필요한 대북 협상을 시도하기에는 행정부의 역량이 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유럽과 중동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는 북한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게 될 경우 관건은 북한의 대화 의지다.

북미 정상 간 관계가 나쁘지는 않은 듯하나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북핵 협상이 결렬된 이후 자력갱생 노선으로 돌아섰고,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 덕분에 미국과 협상 필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그가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한 대화에 응할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지칭하면서 그가 북한의 핵무기를 일부 용인할 가능성이 한때 제기됐지만, 미국은 행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한-미 2+2 통상협의[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미 2+2 통상협의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트럼프 관세 공세에 노출된 한국, 협상 돌파구 마련 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을 거침없이 펼쳐왔는데 미국과 교역 비중이 큰 한국은 그 풍파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통상 압박을 집중했으나 미국을 상대로 많은 흑자를 낸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표적이 되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자동차, 자동차부품, 반도체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과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했는데 이는 모두 한국의 대미(對美) 주력 수출 품목에 해당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국가별로 관세를 차등 적용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도 한국은 미국을 매우 불공정하게 대우한 국가 중 하나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높은 25%를 부과했다.

한국은 동맹인 데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사실상 없지만, 무역에서는 '우방이 적보다 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와 상호관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와 조선업 협력,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무역장벽 완화 등을 카드로 미국과 협상 중이다.

양국은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통상협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7월 패키지'를 마련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협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반응은 지금까지는 긍정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하면서도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 그냥 관세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라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견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에 동참을 압박하겠다는 의중이 감지된다.

관세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9일 미국이 동맹들과 먼저 협상을 타결하고 난 뒤에 "우리는 단체로 중국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는 중국발 공급과잉 대응, 그리고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를 막기 위한 수출통제와 투자심사에 협력하라는 요구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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