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호남권 합동연설회
응원봉 품은 당원들, 들뜬 얼굴로 집결
기대와 쓴소리 교차한 호남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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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세 번째 순회 합동연설회가 열린 26일, 각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광주=서다빈 기자 |
[더팩트ㅣ광주=서다빈 기자] "요즘 내 유일한 낙이 뭔지 알어? 우리 이재명 후보 대통령 되는 거 보는 거여."
2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민주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37만명 권리당원의 힘을 보여주듯,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했다.
광장에는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각양각색 가발을 쓴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에 맞춰 춤을 추며 흥을 돋웠다. 지역위원회 버스를 타고 현장을 찾은 당원들은 응원봉을 품에 안고 들뜬 모습으로 하나둘 입장했다.
연설회 시작 전, 김경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당원들이 모인 천막을 찾았다. 두 후보가 웃으며 악수를 나누자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김경수", "김동연'"을 번갈아 외치기 시작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도 "이재명"을 외치며 맞섰다. 광장은 어느새 세 후보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전현희·한준호 최고위원을 비롯해 안도걸·서영교·김병기·정동영 의원도 현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열기 북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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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연설회 시작 전 당원들이 모인 천막을 찾았다. /서다빈 기자 |
현장에 설치된 '민주당 희망 깃발 꾸미기' 부스에는 특정 후보를 향한 지지 열기가 치열했던 다른 지역과는 달리 통합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가득했다. '민주당 경제를 살려주세요', '민주정부 4기 창출', '민주당 사랑해요', '국민을 위한 민주당 승리' 등 민주당을 향한 응원 문구가 깃발을 수놓았다.
당원들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강했지만 동시에 '더 잘해야 한다'는 당부도 깔려 있었다. 이문진(51) 씨는 "기아타이거즈 김도영이랑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되는 걸 보는 게 요즘 낙"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도 됐고 이제는 통합해서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은 차기에 나오면 되고, 지금은 이재명 후보를 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찾은 김정열(63) 씨는 "다른 후보? 더 좋은 사람 있으면 지지했다. 지금은 이재명 말고 할 사람이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잘 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광주에 모인 당원들은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전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윤 모(24) 씨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여성·젠더 의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 모습은 실망스럽다"며 "분명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줄 거라 믿지만 광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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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위원회 버스를 타고 현장을 찾은 당원들은 응원봉을 품에 안고 들뜬 모습으로 하나 둘 입장했다. /서다빈 기자 |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호남 홀대론'에도 다양한 반응이 오갔다. 광주 북구에서 온 하진아(51) 씨는 "한 없이 생각하면 서운할 수 있지만 여기서 좋은 정치인이 나와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A(52) 씨는 "호남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며 "백날 뽑아줘도 바뀌는게 없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수 후보 지지자들은 '참신하고 깔끔하다', '사법리스크가 없는 후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해남에서 온 마경진(57) 씨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을 사당화했다고 주장하며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민주당이 아니다. 원래 민주당으로 돌려놔야 한다"며 "김경수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숙원을 꼭 이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슴에 5·18 배지를 단 60대 남성 지지자는 "5월만 되면 5·18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에 질렸다"며 "김경수 후보는 우리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으려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화정동에 거주하는 B(62)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무시 못 하지만 참신성이 있고 또 이미지부터 깔끔해서 신뢰가 가고 믿음이 간다"며 "광주와 호남 민심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 김경수는 정말 호남의 사위처럼 (호남을) 지킬 것 같은 느낌이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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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설치된 '민주당 희망 깃발 꾸미기' 부스에는 특정 후보를 향한 지지 열기가 치열했던 다른 지역과는 달리 통합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가득했다. /서다빈 기자 |
김동연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심영화(29) 씨는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후보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적임자"라며 "특히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정권을 경험해 본 김 후보가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심윤보(47) 씨는 "양극단적으로 갈라진 민심을 대통합할 수 있는 후보"라며 "평생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져 온 만큼 트럼프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취업 준비생 전민솔(28) 씨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전 씨는 "여성 공약을 발표한 김동연 후보와 김경수 후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찾은 김태실 씨는 "셋 다 민주당이라 좋다"며 "이따 연설문을 듣고 호남을 바꿀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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