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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 미친 도시에서 탄생한 그 농구팀...경주대회에서 이름 따왔다고? [추동훈의 흥부전]

매일경제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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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 미친 도시에서 탄생한 그 농구팀...경주대회에서 이름 따왔다고? [추동훈의 흥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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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101][오리저널-26]인디애나 페이서스

[오리저널]

‘오리저널’ 시리즈는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오는 감탄사 ‘오(oh)’와 지역·지방을을 뜻하는 ‘리저널(regional)’의 합성어로 전 세계 여러 도시와 지역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오리지널(original) 콘텐츠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세계서 가장 빠른 카레이싱 대회는 어디?
여러분은 자동차경주 대회라 하면 무엇이 생각나세요? 당연히 포뮬러1. F-1이 떠오르실 텐데요. 사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자동차경주 대회는 전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는 스포츠입니다. 미국에도 수많은 카레이싱 대회가 있는데요. 미국 인디애나주의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대회, ‘인디애나폴리스500’레이스 그 중 하나입니다.

평균 시속 370km로 내달리는 오벌(Oval) 코스 자동차 경주대회인 인디애나폴리스500의 별명은 인디500. 스포츠카들은 500마일, 대략 800km가 넘는 거리를 3시간 가량 쉬지 않고 돌며 우승자를 가립니다. 단판승부로 200바퀴를 먼저돌아야하는 해당 게임은 최대 35만명의 관중이 참석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단일 모터스포츠 대회입니다. 세계 3대 모터스포츠 경기중 하나인 인디500은 1911년에 시작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해당대회는 평균 속력이 가장 빠른 모터스포츠 대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해당 대회는 지역 농구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팀명으로 남을 만큼 그 존재감이 큰 대회이기도 합니다.

인디500 경기 모습

인디500 경기 모습


인디애나의 페이서 DNA, 팀명이 되다
1967년 봄, 인디애나폴리스에는 이상한 포스터가 붙기 시작합니다. 1967년은 NBA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농구리그 ABA(American Basketball Association)가 출범한 해입니다. 그에 앞서 여러 농구팀이 인디애나폴리스에 생겼다 말았었는데요. 오랜 기간 운영하지 못하며 ABA리그 출범 당시에도 지역 농구팀이 없던 상태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인디애나지역에 기반한 사업가 찰스 디보, 변호사 리처드 팅컴 등 6명의 투자자가 돈을 모아 농구팀 창단을 주도합니다. 결국 ABA의 창단 승인이 떨어지며 지역엔 9년만의 농구팀이 탄생하게 됩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 로고

인디애나 페이서스 로고


이에 구단주들은 팀이름을 짓기 위해 한 곳에 모입니다. 지역 스포츠 기자들과 경제인들, 경마장에서 일하던 기수들까지도 참여해 회의를 거듭했죠. 수많은 제안이 쏟아졌지만 다들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리처드 팅컴이 한마디 중얼거립니다. “페이서(Pacer).” 인디500은 당시 인디애나폴리스를 대표하는 스포츠이자 대회였습니다.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카레이싱 경기 탓에 경쟁은 치열합니다.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죠.

인디500 주최 측은 사고의 확대를 막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사고 발생시 또는 경주가 시작되기 전 트랙의 선두에 한 차량을 위치시켜 모든 차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토록 하는 것이죠. 이 차량이 바로 페이스카(Pace Car)입니다. 이는 원만한 대회 진행을 위한 주최 측의 안전장치였습니다. 이 차량은 경주의 흐름과 리듬을 제어하는 조율자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페이스카에서 영감을 얻은 팅컴의 입에서 나온 페이서라는 말은 농구팀의 이름에 딱 맞았습니다. 팅컴은 “농구도 흐름의 스포츠다. 리듬을 장악하는 자가 승리를 가져간다. 우리는 코트 위의 페이서가 될 것이다.”고 부연했죠.


속도에 미친 인디애나, 경마대회의 페이서
그리고 페이서스에는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인디애나에는 19세기부터 하네스 레이싱, 즉 마차가 끄는 경주마 스포츠도 유명했습니다. 이 대회는 트로터 방식과 페이서 방식으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페이서 방식이란 좌우 다리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달리는 독특한 보법을 가진 말의 주법입니다. 이 방식은 속도가 더 빠르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 더 많은 인기를 얻은 방식입니다. 트로터 방식은 말이 대각선 다리를 함께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인디애나 경마대회의 말

인디애나 경마대회의 말


오른쪽 앞다리와 왼쪽 뒷다리가 동시에 내딛는 식이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게 특징입니다. 유럽에선 트로터 방식을, 미국에선 페이서 방식을 선호합니다. 20세기 초, 인디애나주의 농민들은 봄철이면 가장 좋은 페이서를 골라 경마장에 내보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기용 말이 아니라 가족의 자부심이자 마을의 명예였습니다. 인디애나 사람들에게 ‘페이서’는 정확하고 빠르며, 균형 잡힌 존재를 상징합니다.

창단 멤버였던 척 바넌은 당시 지역 방송과 인터뷰하며 “우리는 자동차처럼 빠르고, 말처럼 품위 있게 움직이는 팀을 원했다”라고 밝혔습니다.


NBA에서 우승 못한 유일한 ABA 출신 팀
말과 자동차에서 비롯된 페이서라는 이름은 속도를 즐길줄 아는 인디애나폴리스에 딱맞는 티명이었습니다. 이처럼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지역의 모든 자산을 이름 하나에 담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실제로, 페이서스는 ABA에서 1969, 1970, 1972년 총 3번의 AB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속도와 흐름의 팀’이라는 이름을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1976년 NBA로 합병해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강자였던 ABA에서의 위상과 달리 NBA에서의 우승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페이서 문화는 지금까지도 인디애나의 팀철학으로 녹아 있습니다. 이 팀은 리그에서 가장 빠른 팀은 아니지만, 항상 가장 ‘효율적’이고 ‘균형 잡힌’ 팀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페이서스라는 팀명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인디애나라는 도시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 할리버튼

인디애나 페이서스 할리버튼


스포츠 팀의 이름이란 단순한 단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 지역의 유산, 그리고 사람들의 자부심이 응축된 정체성입니다.경주의 도시에서 태어나, 지금도 코트 위에서 경기를 ‘이끄는 자’가 된 인디애나 페이서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지 지켜봐야 할듯 합니다.

[흥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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