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증가 등으로 빠른 검거 가능
가성비 떨어진 범죄 된 ‘아동유괴’
‘해프닝’일지라도 경찰, 능동 대응해야
가성비 떨어진 범죄 된 ‘아동유괴’
‘해프닝’일지라도 경찰, 능동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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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 목소리’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형호 죽기를 바라죠?”
1991년 1월 29일 오후 5시 20분경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놀이터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형호 군. 당시 9살이었던 이군은 그로부터 44일이 지난 3월 13일 잠실대교 부근 한강 둔치 배수로(토끼굴)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16년간 경찰 병력 10만 여명을 투입하고, 용의자 420명을 검거해 수사했지만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범인을 잡지 못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일대 초등학교는 때아닌 유괴로 들썩였다. 하루 사이 강남구 일대 초등학교 2곳에서 유괴 의심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그날 오후 6시 20분께 강남구 역삼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남성 2명이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 “음료수 사줄까” 하며 접근했고 학생이 “괜찮다”며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경찰 조사를 받은 이 남성들은 “차도 가까이에서 놀고 있는 학생에게 ‘위험하다’고 제지를 했고, 숨이 차서 헐떡이길래 ‘음료수 사줄까’라고 물어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남성들을 귀가 조치했다.
같은 날 강남구 개포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하교 중이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한 70대 치매 노인이 접근했다. 이 남성은 “내 것”이라며 초등학생의 가방 끈을 잡았고, 학생은 뿌리치고 도망갔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했고 범죄 혐의가 없어 종결 처리했다.
두 사건 모두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초등학교 2학년을 키우고 있는 김모(38) 씨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를 살해한 사건도 발생하는 등 세상이 흉흉해서 위치추적이 되는 스마트 워치를 사줬다”며 “아이를 마음먹고 유괴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 친정 엄마에게 등하교를 부탁드릴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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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미만 아동 대상 유괴 범죄 건수 [대검찰청 제공] |
다만 수치상으로 보면 유괴 범죄는 자취를 감췄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감소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유괴범죄는 2019년 138건에서 2023년 204건으로 소폭 늘어난 듯 보이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기타 범죄와 견주면 훨씬 적은 수치다. 이 마저도 금전적 목적으로 아이를 납치하는 등의 강력범죄 개념의 ‘유괴’는 거의 없다. 가령 이혼 과정에서 부모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없이 자녀를 데리고 가더라도 이 범주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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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대구·인천지검에서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를 지낸 장일희 법무법인 YK 파트너변호사는 “건수 자체를 보면 다른 범죄 군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며 “아이를 유괴해 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일종의 전통적인 유괴 범죄는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쇄회로(CC)TV의 증가 등 아이를 약취, 유인하기도 쉽지 않을 뿐 더러 설사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즉시 찾아낼 수 있도록 촘촘한 체계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돈을 노린 전통적 유괴의 이른바 가성비도 크게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CCTV의 증가로 범인이 붙잡히기도 쉽고, 들인 노력 대비 얻을 수 있는 범죄 수익금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위치추적 등이 쉬워지면서 범죄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에 아동 유괴 사건이 벌어지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장 변호사는 “성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유괴 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를 해야 한다”며 “특히 이런 유형의 범죄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아동과 부모님의 경계 태세는 강화돼야 하며 경찰 또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낯선 사람이 말이나 물건을 줄 때, 길 안내를 요청할 때 따라가지 않기 · 부모님 외 다른 사람의 차량에는 절대 타지 않기 · 익숙한 장소(학교, 놀이터 등)라도 혼자 기다리지 않기 · 의심스러운 차량이나 인물이 보이면 즉시 어른에게 알리기 · 위급 시 “도와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근처 가게나 어른에게 도움 요청하기 · 귀가 시간은 정해진 시간에 맞추고, 부모님께 도착 여부를 알리기 (필요 시 위치 공유 앱 활용 권장)서울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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