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폭발적인 데이터 처리량 증가로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극복할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통로를 넓히고 프로세서와의 거리를 좁힌 HBM은 AI 학습 및 추론에 필수적인 초고속·고용량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하며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AI 가속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최신 제품에 HBM을 필수적으로 탑재하면서 HBM은 '없어서 못 파는' 반도체 중 하나가 되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HBM 시장이 전체 D램 시장의 성장률을 압도하며 향후 수년간 연평균 25%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시장 규모가 150% 이상 급증한 14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D램 시장 내 HBM의 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AI 가속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최신 제품에 HBM을 필수적으로 탑재하면서 HBM은 '없어서 못 파는' 반도체 중 하나가 되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HBM 시장이 전체 D램 시장의 성장률을 압도하며 향후 수년간 연평균 25%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시장 규모가 150% 이상 급증한 14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D램 시장 내 HBM의 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3개 기업이 주도하는 과점 체제다. 이 중 SK하이닉스는 HBM 기술의 선구자이자 현재 시장 리더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2023년 SK하이닉스가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으며, 2024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2025년 1분기 기준)에는 HBM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HBM이 메모리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엔비디아와의 '환상 케미'로 HBM 선두 질주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한 핵심 요인은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 그리고 AI 칩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13년 AMD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HBM1을 개발하며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 이후 HBM2, HBM2E, HBM3까지 세대 교체를 이끌어왔으며, 특히 4세대 제품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인 H100에 독점 공급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HBM 시장의 주력인 HBM3E(5세대)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는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8단 및 12단 HBM3E 제품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여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인 B100 및 GB200에 핵심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2단 HBM3E는 36GB 용량으로 기존 8단(24GB) 대비 용량이 50% 늘어나 차세대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은 특히 적층 기술과 패키징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러 층의 D램 칩을 안정적으로 쌓고 연결하는 TSV 기술 및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과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세를 몰아 SK하이닉스는 16단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차세대 HBM4 개발에서도 가장 앞서나가 2025년 3월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제공하며 기술 리더십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하반기 HBM4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되는 첫 번째 팹에 9조4000억원을 투자하여 차세대 HBM 생산의 전초 기지로 삼을 계획이며, 2025년 HBM 생산 물량은 이미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회사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나아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HBM 생산 및 첨단 패키징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미래 기술 확보 및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HBM4 전쟁"
SK하이닉스의 독주 속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HBM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 시너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초기 HBM3E 양산 및 고객 인증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도 있었으나, 최근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8단 HBM3E 제품의 양산 및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인증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 경쟁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자체 4나노 공정을 활용한 HBM4 로직 다이 시험 생산에 돌입했으며, 양산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2025년 하반기로 목표하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플랫폼에 HBM4를 공급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 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AI 기업들과의 맞춤형 HBM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HBM 생산 능력을 2024년 대비 2배 이상 확대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3를 건너뛰고 HBM3E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다크호스다. 경쟁사들보다 먼저 HBM3E 8단 양산을 발표하고 엔비디아의 H200 및 B200/GB200 플랫폼 공급 계약을 따냈다. 12단 HBM3E 샘플 공급 및 양산도 시작했으며, 엔비디아 GB300 플랫폼에도 탑재된다.
마이크론은 자사 HBM3E 제품의 우수한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강조하며 엔비디아 외 AMD, 인텔 등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대만, 싱가포르, 일본 히로시마 등에 대규모 HBM 패키징 및 생산 시설 투자를 단행하며 2025~2026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20~25%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CHIPS Act 지원은 마이크론의 투자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한편 HBM 기술 경쟁의 다음 전장은 6세대 제품인 HBM4로 수렴된다. 지난 4월 JEDEC에서 공식 발표된 HBM4 표준은 2048비트로 2배 넓어진 인터페이스와 핀당 최대 8Gbps의 속도를 통해 스택당 최대 2TB/s라는 압도적인 대역폭을 구현한다. 이는 HBM3E 대비 60% 이상 향상된 성능이다. 최대 16단 적층을 통해 64GB 용량까지 가능해져 AI 모델의 대형화 추세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HBM4 시대에는 D램 칩을 쌓고 프로세서와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더욱 커진다.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범프 없이 구리 배선을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주목받고 있다. HBM4의 2048비트 인터페이스 구현과 3D 통합 심화를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다만 JEDEC이 HBM4 스택 높이 표준을 기존 HBM3E보다 다소 완화된 775 마이크로미터로 확정하면서, 개선된 기존 패키징 기술로도 초기 HBM4 양산이 가능해질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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