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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다” 산불헬기 이대로는 안된다 [취재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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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실적 예상 상회, 시간외서 3% 급등
13개 광역지자체 임차 산불헬기 93% ‘노후 헬기’
전체 80대 중 74대, 기령 20년 넘은 ‘경년항공기’
노후 헬기에 조종사도 고령화… 60세 이상 과반수
‘조종사 건강검진’, 헬기 임차 업체마다 각기 달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지난달 27일 산불이 발생한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에서 진화 작업을 하는 시 임차 헬기가 연기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

지난달 27일 산불이 발생한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에서 진화 작업을 하는 시 임차 헬기가 연기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최근 영남권 대형산불 사태를 계기로 지자체가 임차한 산불헬기의 운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서 임차해 운영하는 산불헬기 총 80대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종은 수십여종으로 다양했고 헬기 전체의 평균 기령은 36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헬기임차 업체에 속한 조종사들의 평균 연령도 62세로 대부분 고령층으로 파악됐다. 산불헬기 운영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개 광역지자체 산불헬기 93% ‘노후 헬기’
반면 산림청 산불헬기 50대 평균기령은 23년
지난달 25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난 산불을 헬기가 진화하고 있다. [연합]

지난달 25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난 산불을 헬기가 진화하고 있다. [연합]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림청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산불진화 헬기 운영’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임차 산불헬기가 없는 4개 광역지자체(서울·세종·광주·제주)를 제외하고 13개 각 지자체에서 임차해 산불 진화 업무에 투입 중인 총 80대의 헬기는 평균 기령이 36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대 중 74대가 모두 기령 20년이 넘은 노후 기종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기령 20년 이상 헬기를 ‘경년(機齡) 항공기’라며 노후 기종으로 분류하는데, 17개 광역지자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산불진화 헬기 전체의 92.5%가 노후 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광역지자체에서 임차해 운영하는 산불헬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종은 경북 영주시에 있는 S-58T와 충남 논산시에 있는 S-61N 기종으로, 기령이 각각 63년에 달했다. 이 밖에도 대구 달성군(S58JT·61년), 경북 상주시·문경시(S-67·55년), 전남(S-61·54년), 경기(B0-105S·53년), 충북(S-61N·53년), 강원(S-61·52년), 경북 포항시(S-61N·51년) 등도 반세기가 넘은 노후 헬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18대), 경북(15대), 전남(9대), 강원(7대), 경남(6대), 충남(5대), 충북(4대), 전북(3대), 부산·대구(각 2대), 인천·대전·울산(각 1대) 순으로 기령 20년 이상인 경년 항공기를 운영했다.

2025년도 13개 광역지자체별 산불진화헬기 임차운영 현황 [박정현 의원실 제공]

2025년도 13개 광역지자체별 산불진화헬기 임차운영 현황 [박정현 의원실 제공]



이에 반해 산림청이 현재 직접 보유한 산불진화 헬기는 총 50대로, 대형 기종인 미국 에릭슨(Erickson INC)의 S-64 헬기 7대, 중형 기종으로 러시아 업체 카모프(KumAPE)의 KA-32 헬기 29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리온 3대, 소형 기종으로 미국 벨 헬리콥터(Bell Helicopter)의 BELL206 헬기 7대, 프랑스 에어버스 헬리콥터(Airbus Helicopters)가 제작한 AS350 4대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평균 기령은 23년으로 나타났는데, 광역지자체가 임차한 산불진화 헬기의 평균 기령보다는 13년이 낮은 수치다.


헬기 조종사도 고령층… 60세 이상 과반수
‘조종사 건강검진’도 헬기임차 업체마다 달라
25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지연제를 살포하며 산불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지연제를 살포하며 산불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에서 각각 헬기운영 업체와 임차 계약을 맺고 사용 중인 헬기는 기종도 오래됐지만, 헬기를 조종하는 기장들도 평균 연령이 62세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에서는 최고령인 73세 기장들도 있었는데, 경기 이천시와 안성시에 각각 1명이, 전남에 1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장들은 각 지자체에서 산불헬기 임차 계약을 맺은 헬기운영 업체 소속으로 45~50년 경력의 베테랑들로 전해졌다.


회신 자료에 따르면 13개 광역지자체 운영 산불헬기 80대를 조종하는 기장 101명 중 60세 이상은 전체의 과반수(66명)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13명), 경북(12명), 강원(10명), 전남(7명), 충북(5명), 충남(4명), 경남(4명), 전북(3명), 부산·대전·대구(각 2명), 울산·인천(각 1명) 순으로 60세 이상 고령층이 산불헬기를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연소 기장은 경북 영덕군에서 헬기를 조종하는 기장(36세)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50~60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산림청 소속 조종사 93명의 평균 연령은 51세로 나타났다. 지자체에서 헬기를 모는 조종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낮으며, 전부 60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50대가 64명, 40대가 27명, 30대가 2명이다.

산불 발생 시 산악 지형을 저고도로 비행하는 고위험 작업 특성상 지자체 산불헬기 조종 인력들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특별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헬기 기장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체계도 외부 헬기운영 업체별로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통일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가 어느 정도 헬기 기장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통합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연 2회까지 정밀 건강검진과 신체검사를 실시하는 반면, 다른 업체들은 1회 기본검진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통일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산불헬기 종류만 수십종… 지자체별 통일 필요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달 24일 오전 산림청 헬기가 산청군 단성면 일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지난달 24일 오전 산림청 헬기가 산청군 단성면 일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



전국적인 대형산불 사태로 산불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장비 노화나 인력 문제를 넘어 여러 헬기 기종의 난립 등에 대한 지적도 상당하다.

광역지자체별로 임차한 산불진화 헬기 기종의 외부 헬기운영 업체는 다양하다. 경기도는 18개 시군에서 8곳의 헬기운영 업체와 임차계약을 맺었고, 경북도도 21개 시군에서 6곳의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 12개 광역지자체에서도 1~3곳의 업체와 산불헬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이에 산불진화 작업에 투입되는 헬기는 그 종류만 해도 수십여종에 달한다. 다만 기종이 다양하면 대형산불 현장에서 자칫 부품 조달과 정비, 조종사 교대 문제로 인해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산불 진화 헬기의 기종이 제각각인 상황에서는 장비와 운용 방식의 표준화가 어렵고, 이는 결국 현장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산불 전용 기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각 광역지자체에서도 임차 계약 협상 시 타 지자체와 기종을 통일할 수 있도록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 지자체가 임차해 운영하는 헬기들은 물탱크가 탑재된 산불진화 ‘전용’ 헬기가 아니라, 대부분 버킷에 물을 퍼 진화하는 헬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외부 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도 꼭 산불진화 전용 모델을 들여와야 하고, 앞으로는 산불진화용 고정익 항공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