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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온 '알래스카 청구서', 조선·철강 득실은

머니투데이 안정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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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취임 선서 행사서 "중국과 통상 협상을 하면 관세율이 매우 상당히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제로(0%)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 AFP=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취임 선서 행사서 "중국과 통상 협상을 하면 관세율이 매우 상당히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제로(0%)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보이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난제가 눈 앞에 왔다. 관세 협상 성격이 짙은 한·미 고위급 협의를 기점으로 프로젝트 참여 압박 수위가 올라갈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철강과 조선 업계에선 시간을 들여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단 분위기가 형성된다. 반면, 관세 협상이 진행될 수록 우리로선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온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난제인 이유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 과정에선 한국측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검토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론 논의 성격의 이번 협의에선 미국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청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협의 후 알래스카 프로젝트 관련, "모든 고려사항을 다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업 타당성이 현 시점에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간이 필요하단 뜻이다.

하지만, 이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선 백악관이 한국과 일본측에 수 주 내에 알래스카산 LNG 구매 계획을 공식적으로 약속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의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데 대만은 이미 지난달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한 상태다. 미국이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지렛대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단 점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달 방한해 SK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과 회동을 갖고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해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돼 알래스카산 LNG가 도입되면 미국 동남부 걸프만에서 생산된 LNG가 파나마 운하를 거쳐 도입되는 것 보다 운송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이다. 한국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쇄빙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도 있다. 동맹국으로부터 안전하게 LNG를 도입할 루트가 추가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이점이 있다.

삼성중공업이 2007년 건조한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유조선 '바실리 딘코프'호.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2007년 건조한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유조선 '바실리 딘코프'호. /사진=삼성중공업


하지만, 우리로선 사업 타당성 결과가 현 시점에서 나오기 힘든 이유는 해당 사업이 북극의 혹한을 뚫고 가스관을 건설해야 하는 초유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프로젝트 사업비는 440억달러(약 6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보다 2~3배 높은 사업비가 필요하다는게 업계 관측이다.

게다가 사업이 좌초된 선례도 있다. 알래스카 LNG프로젝트는 지난 10여년간 민간 자본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엑슨모빌,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는 한때 참여를 검토했지만 2016년 손을 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시노펙과 중국투자공사, 중국은행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협정을 맺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모두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개발이 공전됐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추진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202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정권이 바뀔 경우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추진된 사업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에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상업 가동 시점은 2031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올 만큼 해당 사업은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프로젝트다. 섣불리 사업 참여를 결정할 경우, 대선 변수에 따라 추후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원유 생산 감소로 경제난에 직면한 알래스카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데다 프로젝트를 발판으로 북극항로 패권 장악에도 나설 수 있다.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병합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도 반영된 셈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내려야 할 시점은 분명 올 것"이라며 "그때까지 사업 타당성은 물론 관세와 연동된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 정밀한 시나리오별 대응법을 만들어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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