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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차등임금'인데…제발 실태조사라도"[100만 폐업시대]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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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6개국 중 17개국은 최저임금 구분적용…日, 지역·업종 차등

국내선 업종구분 규정 있지만 논의 평행선…"정확한 실태조사 필요"



[편집자주] 단골 삼았던 동네 식당이 문을 닫았다. 사람 북적이는 번화가인데도 같은 자리에 서로 다른 가게가 몇 달 간격으로 교체된다. 작년 한 해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 100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경기침체, 내수부진 탓을 하자니 '역대 최대' 규모가 걸린다. 문 닫는 소상공인의 이면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가 있었다. 뉴스1이 심층진단했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놓인 2025년도 최저임금 안내문.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놓인 2025년도 최저임금 안내문.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장시온 기자최저시급이 1만 원을 돌파하며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차등임금'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 지역 등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올해도 관련 논의는 평행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선진국으로 꼽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곳 중 2곳은 업종, 연령, 지역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최저임금을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최악의 경기 상황과 사지로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외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구분 적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및 근로자위원들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및 근로자위원들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이젠 구분적용 해야할 때"vs"임금 차별 안 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90일간의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막을 올렸다.


지난 23일 열린 1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제시안을 제출하진 않았지만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며 진통을 예고했다.

특히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두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경영계는 1차 회의에서 "한계에 다다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 진전된 결과를 도출할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업종별 차별 적용, 수습노동자 감액 적용 등 차별 조항에 대해 결단을 내릴 때"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OECD 26개국 중 17개국 '구분적용'…연령·업종 등 기준 다양

해외로 눈을 돌리면 최저임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OECD 주요국들은 대부분 구분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외교부 협조를 통해 수집한 '2024년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자료에 따르면 OECD 소속 26개국 중 최저임금을 특정 기준을 두고 구분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총 17개국이다.


구분 기준은 △업종·직종 △연령 △학력 △지역 △단체협약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업종과 직종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국가는 △그리스 △벨기에 △스위스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체코 △멕시코 △코스타리카 △일본 △호주 등 10개국이다.

△네덜란드(청소년) △아일랜드 △영국 등은 연령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구분하고 헝가리의 경우 학력 구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역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국가도 다수다. △스위스 △포르투갈 △멕시코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지역 최저임금 결정 후 업종 고려하는 日…체코는 업종 '그룹화'

2024년 기준 평균 최저시급 1004엔으로 우리나라와 최저임금 수준이 비슷한 일본은 지역과 업종을 모두 고려해 구분적용하고 있다.

먼저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개정 목표치를 제시하면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이를 심의해 지역별 최저임금을 도도부현 노동국장이 결정한다.

업종별 최저임금은 지역별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노사의 요청이 있으면 지방최저임금심의회에 전문부회를 설치해 특정 업종별 최저임금을 심의한다.

체코는 업종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노동계와 사측, 정부 참여자로 구성한 경제사회협의회가 논의를 통해 제시한 업종별 최저임금을 내각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구조다.

업종은 총 8개 그룹으로 나뉜다. △자격 요건 없음(1그룹) △단순 특수 작업(2그룹) △고급기술 특화(3그룹) △전문 작업(4그룹) △전문적인 특수 작업(5그룹) △시스템 특수 작업(6그룹) △창조적 시스템 작업(7그룹) △감정노동 직업군(8그룹) 등이다.

1그룹에서 8그룹으로 갈수록 최저임금은 높아진다. 2024년 기준 1그룹 최저시급은 112.5코루나(약 7279원), 8그룹 최저시급은 225코루나(약 1만 4558원)다.

서울시내 한 식당에 '야간홀,주방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시내 한 식당에 '야간홀,주방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법으로도 규정된 구분적용…논의 위한 조사부터"

한국의 경우 특히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수 경기 침체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업종별로 최저임금 지급 능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결과를 보면 301만여 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 미만율 13.7%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p(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43.1%) △숙박·음식점업(37.3%) 등은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전문·과학·기술업(2.1%) △수도·하수·폐기업(1.9%) 등은 극히 낮아 편차가 컸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업종별 최저임금은 이미 법에도 명시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결정하고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 본부장은 "업종별로 소득 수준과 영업이익, 최저임금 미만율에 차이를 보이는 만큼 업종별 구분은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진행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높은 임금을 주고 있고 (인력) 공급이 많은 업종은 최저임금을 받는 등 차이가 많이 나고 있다"며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자료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구분 적용에 대한)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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