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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전남 나주시 전남농업기술원 에너지자립형 온실을 방문해 전남농업기술원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박2일 일정으로 호남 지역을 훑으며 지역 공약을 내놓는 등, 이 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권리당원들의 투표율 제고에 총력전을 벌였다. 이 지역은 ‘이재명 대세론’과 “민주당이 호남에 뭘 해줬느냐”는 불만 등으로 다른 지역보다 권리당원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표 3일차에 접어든 25일 현재 호남권 투표율은 50.94%로, 충청권(55.18%), 영남권(68.33%) 등 다른 지역 3일차 누계보다 저조하다.
이 후보는 25일 전남 나주 농업기술원 청년창농타운에서 ‘농업과학기술 진흥 간담회’를 열어 지역 청년 농업인을 만나 관련 대화를 나눴다. 이 후보는 이날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식량주권이 걸린 국가안보의 핵심 산업”이라며 △농업재해 보상 현실화 및 생산비 부담 완화 △스마트농업 확산 △농업인 퇴직연금제 도입 △농정예산 확대 △양곡관리법 개정 등 농업 분야 대선 공약도 별도로 발표했다.
간담회는 1박2일 호남 일정의 마지막인 행사였다. 간담회 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 후보가 호남에 대한 애정을 시간과 여정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전북·광주·전남을 차례로 방문한 이 후보는 이날 서울로 복귀해 밤 10시에 열리는 마지막 당 경선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어 호남권 투표 마지막 날이자 이 지역 순회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26일 오전에도 호남에서 비공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도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호남을 비공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으로까지 불리는 이 후보가 이렇게 호남에 공을 들이는 건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 당원들한테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야 ‘민주당 후보’라는 상징에 흠집 없이 본선 추진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재명계 원외 조직 한 인사는 “지난 대선 패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 게 민주당 지지층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이번 경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 이완돼있는 이 후보 지지세를 다시 예열하는 과정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인 호남 민심을 등에 업어야, 수도권까지 순항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민주당 지지자·무당층 대상) 50%’를 반영한다. 이 가운데 호남 권리당원은 23일과 26일 온라인 투표를, 24~25일 자동응답방식(ARS) 투표를 한다. 이날까지 3일차인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은 같은 기간 충청권보다 4.24%포인트, 영남권보다 17.39%포인트 낮았다. 특히 23일 첫날 투표율은 23.29%로, 충청권(31.62%), 영남권(46.63%), 수도권·강원·제주(35.58%)의 1일차 투표율에 크게 못 미쳤다. 이 후보를 돕는 한 의원은 “(첫날) 20%대 온라인 투표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쪽에서 ‘당내 지지가 흔들린다’고 악용할 것이기 때문에 쉼 없이 (투표를 독려하는) 전화를 돌리고 카카오톡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경선 투표율의 원인으론 우선 ‘이재명 대세론’이 꼽힌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어차피 이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건데 뭐하러 투표를 하냐는 분위기가 있다”며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호남에 해준 게 뭐가 있냐”는 지역의 불만 정서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일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패했다. 이 후보가 당대표 재선에 성공한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때 투표율은 전북(20.28%)·전남(23.17%)·광주(25.29%)가 모두 다른 지역보다 낮은 20%대 초중반에 그쳤고, 그 전까지 90%를 넘었던 이 후보 누적 득표율도 80%대로 떨어졌다.
반론도 있다. 12·3 내란사태 대응으로 지역 민심이 이 후보와 민주당에게 우호적으로 변했고,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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