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어렵다" 참모진에 불만 제기
러 키이우 공습에 "푸틴, 멈춰!" 격노도
우크라 "크림반도 포기 절대 불가" 저항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 중재가 생각보다 어렵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로를 너무 싫어한다."
미국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참모진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휴전 협상 관련 실망감을 부쩍 자주 토로한다고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올해 1월 20일 취임 때만 해도 100일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자신했지만 94일이 지난 이날까지 진척이 없어 답답함을 느낀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가 자신의 휴전안에 미온적인 데 대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푸틴 대통령의 휴전 의지를 믿었는데 정작 진척은 없어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일방적 양보 요구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도 거세, 미국의 평화 구상은 갈 길을 잃고 있다.
러 키이우 공습에 "푸틴, 멈춰!" 격노도
우크라 "크림반도 포기 절대 불가" 저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버지니아주 리즈버그에 있는 공항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리즈버그=AP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 중재가 생각보다 어렵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로를 너무 싫어한다."
미국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참모진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휴전 협상 관련 실망감을 부쩍 자주 토로한다고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올해 1월 20일 취임 때만 해도 100일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자신했지만 94일이 지난 이날까지 진척이 없어 답답함을 느낀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가 자신의 휴전안에 미온적인 데 대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푸틴 대통령의 휴전 의지를 믿었는데 정작 진척은 없어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일방적 양보 요구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도 거세, 미국의 평화 구상은 갈 길을 잃고 있다.
트럼프, 푸틴에 "데드라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웃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
푸틴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은 최근 거칠어지고 있다.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해 사상자 100여 명이 발생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는 데드라인이 있다. 기한이 지나면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 무드를 조성해야 할 시기에 되레 공세를 퍼붓자 '멈추지 않으면 적대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멈춰라!(Vlardimir, STOP!)"라고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CNN은 "주로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던 트럼프가 러시아를 비판한 건 매우 드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면서도 푸틴 대통령 지적은 삼갔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릴 만큼 최근 러시아의 휴전 의지에 대한 미국 내 의구심이 커졌다는 얘기다.
휴전안 관련 러시아의 '침묵'도 조바심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미국은 이번 주 러시아에 '전후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 및 우크라이나군 자체 무장'을 허용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푸틴 대통령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합의를 체결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세부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 남아있다"며 여지를 뒀다. 25일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지만, 돌파구가 생길지는 미지수다.
"크림반도 포기, 우크라엔 정치적 자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프리토리아=AFP 연합뉴스 |
2014년 러시아가 강제 점령했던 크림반도를 포기하라는 휴전안의 요구 관련, 우크라이나 측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억울하게 빼앗긴 영토를 손수 넘겨주는 꼴인 데다가 크림반도에 남아 있는 자국민을 저버리는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콘스탄틴 옐리세예우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비서실장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크림반도 포기를 지지할 우크라이나 국민은 거의 없다. 정치적 자살이나 다름없는 선택지"라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헌법에 위배된다"며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유럽의 저항도 거세다. 한 유럽 외교관은 CNN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것과 주변국이 이를 공식 승인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미국이 공식 인정하더라도 유럽은 반대할 것이고 결국 트럼프 행정부만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기조는 여전히 '친(親) 러시아'다. '러시아가 평화를 위해 어떤 양보를 했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전쟁을 중단하는 것, 그 나라(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지 않는 것이 상당히 큰 양보"라고 답했다. '약소국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략을 멈춘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식의 시혜적 가치관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