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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 로비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한동훈, 홍준표 후보가 사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가 당대표였으면 계엄도 탄핵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거는 당대표를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느냐.”(홍준표 후보)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면서 대통령 기분 맞췄던 사람들이 계엄에 책임이 있다. 저는 계엄을 막았던 사람이다. 홍 후보가 하는 게 깐족거리는 거다.”(한동훈 후보)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2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를 두고 세 시간가량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한 후보는 찬성했고, 홍 후보는 반대했다.
먼저 시작된 한 후보 주도권 토론에서 그는 “계엄날, 당대표였다면 계엄을 막았을 것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홍 후보는 “계엄의 가장 큰 원인은 야당의 폭거도 있고, 물론 대통령이 첫번째로 제일 잘못했다”면서도 “제가 당대표였으면 그런 일(계엄)은 없었다. 나였다면) 아무리 속상해도 대통령과 협력해서 정국을 안정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대표 때 윤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 한 후보한테도 비상계엄 선포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홍 후보는 “(지난해) 총선 패배 사흘 뒤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만찬을 하자고 해서 갔다. (그때)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이 총선에 이겼다면 총리로 임명하고 후계자로 삼으려 했다”며 ‘배신자론’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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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A) 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 진출자인 홍준표(왼쪽)·한동훈 후보가 일대일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그러자 한 후보는 “제가 (지난해 총선 전) 1월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나를 총리로 임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거짓말하면 안된다. 이 얘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홍 후보는) 이재명 짝난다(똑같아진다)”고 되쳤다.
이어진 홍 후보 주도권 토론에서도 ‘탄핵’ 공방은 계속됐다. 홍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20여년을 키운 사람인데 왜 배신했느냐’는 취지로 한 후보를 몰아세웠다. 한 후보는 “계엄을 막아야만 했다. 그래야 보수가 살고 대한민국이 살았다”며 “배신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보수에 대한 소신”이라고 맞받았다. 홍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 한 후보를 빗대 “한 사람은 의리의 사나이인데 한 사람은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하자, 한 후보는 “시중에서는 홍 후보를 ‘코박홍’이라고 부른다. 코를 박을 정도로 90도로 아부했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홍 후보는 “그런 걸 견강부회라고 한다. (내가 대구시장 때 윤 전)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에 왔길래 45도로 절한 일이 있는데 그걸 좌파 매체에서 코박홍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대통령한테 45도 절한 게 아부하는 것이냐.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다. 예의다”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가 “계엄을 막은 것은 야당이다. 한 후보는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고 독설을 하자, 한 후보는 “(그건) 홍 후보의 독단적인 생각”이라고 쏘아부쳤다. 이어 “계엄이 (민주당) 단독으로 해제됐다면, 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포하지 않고 2차 계엄이라든가, 국회에 모여있는 국회의원 해산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김건희 여사, 명태균, 이종섭, 황상무, 의료 등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며 “홍 후보 같은 분이 저와 함께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주셨다면, 대통령의 국정 방향도 좋은 방향으로 수정될 수 있었을 것이고, 오늘의 비극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를 소재로 한 공방도 벌어졌다. 한 후보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 때인 지난해 11월 검찰이 이 후보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기소한 뒤 홍 후보가 페이스북에 “꼭 이런 것까지 기소해야 옳았냐”라고 쓴 것을 문제 삼으며 “어떤 취지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검사 200명을 동원해도 이재명 후보를 못 잡았다”며 “대장동 사건 등을 하다가 안 되니까 지방자치단체장(경기지사)이 차 타고 다니면서 기름값 쓰고 이런 걸로 기소하는 것이 정상인가. 왜 큰 것을 놔두고 사소한 걸 기소해서 정치적 논쟁 거리를 만드냐는 의미였다”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홍 후보가 과거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특수활동비를 유용한 의혹을 거론하며 “그런 것 때문에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도 별거 아니라고 한 거냐”라고 역공을 폈다.
한 후보가 지난해 국민의힘 당대표를 맡았을 때 한 후보와 가족의 이름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이 올라온 ‘당원 게시판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홍 후보가 “한 후보와 가족이 쓴 글이냐”라고 묻자, 한 후보는 “당원들이 익명이 보장된 게시판에 쓴 글은 (글쓴이가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홍 후보가 “가족이 아니라고 간단히 말하면 되는 걸 얘기 못한다. 가족이 맞는 모양”이라고 압박했지만, 한 후보는 “민주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익명이 보장된 당원 게시판은 자유로운 의견을 게시하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두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해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본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해서 계엄과 탄핵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탈당, 출당 문제보다 본인 선택에 맡기는게 옳다”고 했다. 한 후보 역시 “(윤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직무가 배제됐고, 대통령 신분도 아니다. 평당원 상태에서 이슈를 키울 필요가 없다. 본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내내 두 후보는 ‘깐족 배틀’을 거듭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에게 “(저에게) 깐족댄다는 말을 계속 쓰시던데 일상생활에서 주변에 있는 분들한테 깐족댄다는 표현 쓰시면 안 된다. 폄하 표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오늘 깐족대는 것만 보고 다음부터 안 쓰겠다”고 했다. 한 후보가 “굳이 따진다면 홍 후보가 페(이스)북에 쓰셨던 여러 폄하 막말들이 깐족대는 것”이라고 하자, 홍 후보는 “(그렇게 계속) 깐족거리면서 토론해 보자”고 응수했다. 한 후보는 “저는 안 그러겠다. 품격을 지키겠다”고 비꼬았다. 급기야 토론 막바지에 홍 후보는 “한 후보처럼 깐족거리는 사람과는 토론하기 싫다. 방송 그만하고 싶다”라고까지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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