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문과' 출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이공계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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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광장에서 'AI 과학기술 패권'을 주제로 열린 단비토크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2025.04.25.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
"제가 존경하는 이공계에 특화된 이준석 의원을 정말로 환영합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좀 더 일찍 만나서 이런 논의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전적으로 제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6.3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AI 과학기술 발전'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앙숙'으로 평가받던 두 대선 주자는 토크쇼 후 향후 이같은 대화를 이어 나가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와 이 후보는 25일 오후 2시 경기 성남 신분당선 지하철 판교역 앞 야외무대에서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 AI 기술패권시대 대한민국 미래를 말하다' 행사를 열었다. 두 대선 주자가 시민들에게 AI·반도체 등 미래산업 발전, 한국형 AI 모델 개발 필요성, 과학기술 시대 대통령의 리더십 등에 대한 비전을 밝히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약 250명의 시민이 행사를 지켜봤다.
6.3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두 주자는 2차례 포옹과 함께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했다. '앙숙'으로 평가받던 두 사람이 한껏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안 후보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안랩'을 창업했다. 이 후보는 서울과학고,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했다. 이공계 출신의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IT(정보기술)의 핵심 판교에서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
두 주자가 등을 돌렸던 결정적 계기로는 2018년 6월 재·보궐선거가 지목된다.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이 후보는 안 후보가 본인에게 불출마를 권고했다고 반발하며 공천에서 손을 떼라고 직격했다. 안 후보도 이 후보가 대화의 일부만 공개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코로나19 의료봉사를 자처했을 때 이 후보가 "경의를 표한다"고 하는 등 간간이 우호적 발언이 나왔지만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았다. 2023년 11월에는 서울 여의도 복국집에서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공계 출신 대통령'의 필요성에 대해 "법조인은 대부분 과거의 일을 다룬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하나만 꼽는다면 미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 바로 과학 기술자와 사업가"라며 "이 분야는 굉장히 범위가 넓다. (대통령이) 과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적절한 사람을 인선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반도체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대만 TSMC는 파운더리만 한다. (주문을 하는 회사들의) 기술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라인을 관리한다). 그러면 정말 안심하고 제품을 맡길 수 있다"며 "그런데 삼성은 파운더리도 하지만 시스템 칩도 만든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지금보다 더 나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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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광장에서 'AI 과학기술 패권'을 주제로 열린 단비토크에서 대담하고 있다. 2025.04.25.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
이 후보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것은 잘라내야 한다. 그 정도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의 의사결정자가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의사결정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나 산업에 대한 이해도, 센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AI도 그렇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에 데이터 센터 수요가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며 "미국에서 각자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자기만의 칩을 만들려고 한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면 다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동이 석유를 가지고 세상을 흔들었다. 서플라이 체인(국제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 상품이 있어야 한다"며 "'관세로 인해 한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의 소비자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인식을 각인시켜 줄 지렛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후보와 연대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후보와의 대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진짜 토론이었다"며 "이 후보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 자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정치적 단일화를 할 의지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안 후보님과의 미래 비전에 관한 단일화는 오늘로써 가시화된 것 아닌가 싶다"며 "안 후보님만 괜찮다면 저희가 (대화를) 이어 나가도 좋다. 이외에 다양한 관심을 가진 분들이 있을 텐데 확대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반이재명 빅텐트에 참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반명 빅텐트는 정치공학"이라며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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