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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
한·미 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7월8일까지 관세 폐지, 산업 협력 등 통상 현안을 일괄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각) 밝혔다. 두 나라는 이날 워싱턴디시(D.C.)에서 양쪽의 재무장관과 통상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한-미 2+2 통상 협의’를 개최했다. 협의가 끝난 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줄라이(7월) 패키지’를 마련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나가는 데에도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우리나라(25%)를 비롯해 57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7월8일까지 90일이 유예된 상태다. 7월9일이면 상호관세가 부활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7월8일을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삼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일정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6월4일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서 마무리하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현 정부는 협상의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하고 최종 결정은 새 정부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양국 간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데 (이번 협의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 쪽에서 밝힌 내용은 사뭇 다르다. 협의에 참여했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오늘 우리는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며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이르면 내주 양해에 관한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이를 수 있고, 이르면 다음주 기술적인 조건들(technical terms)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인들은 일찍 (협상하러) 왔다. 그들은 자기들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볼 것”이라고도 했다. 베선트 장관의 말은 이미 우리 쪽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이 제안이 미국을 크게 만족시켰으며, 협상 역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내외 악재로 궁지에 몰리면서 관세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시급한 미국 쪽이 협의 결과를 부풀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협상단이 벌써 어떤 ‘최선의 제안’을 했고, 다음주 어떤 합의를 하게 된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양쪽의 이런 입장 차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날 협의에서는 그동안 대미 협상 지렛대 카드로 거론돼온 한·미 조선 협력이나 알래스카 엘엔지 사업 참여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정부가 섣부른 양보를 한 것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특히 이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6월2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엘엔지 사업 관련 고위급 회담에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해 투자의향서에 서명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엘엔지 사업은) 모든 고려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말 그대로 최대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환율 문제가 주요 의제로 포함된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국 쪽의 제안으로 환율 문제는 향후 한국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 간 별도로 논의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미국은 무역 상대국들이 의도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춰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8개 비관세 부정행위’를 거론하면서 환율 조작을 우선적으로 꼽기도 했다. 혹시라도 미국이 원화 가치의 대폭 절상을 요구하면 우리로서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원화 가치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양국은 다음주 중 실무 협의를 개최하고, 다음달 15일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방한해 고위급 협의를 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협상을 진행해나가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상단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을 위해서라도 협상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고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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