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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계엄 사죄’에 국힘 “당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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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계엄 사죄’에 국힘 “당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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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의 대선 정강·정책 방송 연설이 국민의힘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 소속 싱크탱크 수장이 공직선거법에 따라 진행한 공식 연설에서 한 발언인데도 당 지도부는 이를 ‘공식 입장’이라고 못박지도, 아니라고 선을 긋지도 못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김문수 후보조차 “저는 계엄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대체로 윤 원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 지키기와 중도층 확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윤 원장 연설이 당의 공식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식 입장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선 비대위원장이나 제가 여러차례 사과했다. 그런 점을 강조해 연설에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윤 원장은 한국방송(KBS)에서 방영된 21대 대선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계엄은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원장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는 당정간 불통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고, 더불어민주당의 폭압적이고 위헌적인 입법권 남용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이 연설의 연설의 ‘공식성’ 여부는 답하지 않은 채, 비상계엄이 ‘당정 불통’과 민주당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그는 “당정 간의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직적 관계가 돼서 오늘날의 사태가 된 것에 대해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이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이라며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권 원내대표는 “당정관계 소통이 좀 부족했고, 수평적이고 건강한 당정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원들이나 당원 대부분,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라며 논점을 피해 갔다.



국민의힘은 윤 원장의 연설 내용이 당 지도부와 조율되지 않은, ‘싱크탱크의 의견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싱크탱크 고유의 역할과 권한이 있다. 윤 원장이 여의도연구원을 이끌면서, 지도부랑 조율해서 작전하듯이 하는 것은 아니다”며 “당의 성찰과 진로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싱크탱크에서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주변에선 ‘윤 원장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런 어정쩡한 반응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르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을 외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도층을 포기할 수도 없는 국민의힘 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 지지층한텐 과격해 보일 윤 원장 발언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중도층을 의식해 이를 완전히 부인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당 안에선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윤 원장 ‘반성문’이 생각보다 당내 파장이 큰데, 지도부가 매끄럽게 잘 대응한 것 같다”며 “당 지도부의 설명은 윤 원장만큼 통렬한 수준은 아니지만, 비상계엄 사태에 있어 우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2차 경선의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27~28일)를 이틀 앞둔 경선 후보들은 윤 원장의 발언에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그 강도나 온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계엄밖에 (방법이) 없다며 불가피하게 했다고 보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저는 계엄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수단이 계엄밖에 없었느냐, 적절했느냐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원장 발언은 ‘당이 변해야 한다. 발버둥치지 않으면 나라와 국민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간절한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그런 목소리가) 안 좋다고 할 수도 있다”면서도 “제가 볼 때는 우리 당이 변화해야 한다. 살아야 하고 또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단순히 ‘계엄은 문제 있었으니 사과하자’, ‘탄핵당했으니 사과하자’ 이런 간단한 오엑스(OX) 문제가 아니다. 사과도 당연히 될 때 돼서 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탄핵 반대파 홍준표 후보 쪽은 “홍 후보는 줄곧 계엄에 반대했다”며 “탄핵에 반대한 건, 윤 전 대통령이 조기 하야를 할 수 있게끔 공간을 열어뒀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윤 원장의 발언을 ‘찬탄’, ‘반탄’으로 가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윤 원장이 밝힌 사과와 참회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모든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온전히 따르겠다”고 글을 올렸다. 한동훈 후보 쪽은 “윤 원장 소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자칫 그 분의 소신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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