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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더러워 안 먹었다”…이게 1만2000원? 충북장애인체육대회 부실 도시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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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장애인도민체전 개막식 선수단이 받은 도시락
밥과 국, 김, 풋고추, 김치 뿐인데 가격은 1만2000원
24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제19회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 참가한 선수단에 제공된 도시락 사진. 1만 2000원 짜리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4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제19회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 참가한 선수단에 제공된 도시락 사진. 1만 2000원 짜리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한 지역 장애인체육대회에서 주문 도시락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부실 도시락이 선수단에 제공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도시락의 가격은 자릿세를 포함해 1만 2000원. 논란이 이어지자 장애인단체가 반발했고, 온라인에선 도시락 납품업체와 지자체를 겨눈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5일 성명을 내고 “제19회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서 장애인 선수단에게 9000원에 제공된 식사는 밥, 된장국, 고추 한 개, 무말랭이 몇 조각, 김치 몇 조각, 김 3장이 전부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도시락의 실제 원가는 1000원 초반으로 추정된다”며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여기에 천막 자릿세 3000원을 더해 1만2000원을 내라고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선수들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 충주에서 열린 제19회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 참가한 선수단에 제공된 도시락 사진. 1만 2000원 짜리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충북 충주에서 열린 제19회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 참가한 선수단에 제공된 도시락 사진. 1만 2000원 짜리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 단체는 또한 “장애인 선수단을 단순히 예산 절감의 대상으로 여기고 최소한의 존중조차 하지 않은 처사”라며 “이번 도시락 사태는 충북도의 장애인 인권 의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조길형 충주시장은 도시락 선정 및 계약 과정을 철저히 파악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충북도장애인체육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충주 호암체육관에서는 시군 선수단과 관계자 1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애인도민체전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 개막식 도시락 관련 사진과 비판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올라 온 사진을 보면 밥과 된장국에 제공된 반찬은 풋고추 1개와 생오이 두어개, 김 몇장, 배추김치, 무 말랭이, 깻잎절임 등에 그쳤다. 제육볶음 같은 메인 반찬이 보이지 않았고, 전체 찬의 양도 많지 않았다.

한 게시물 작성자는 “아내가 찍은 사진인데, 기분이 더러워서 안 먹었다고 한다. 무언가 더 나오는 줄 알고 기다렸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무료급식 보다 못한 이게 충주 장애인도민체전 1만2000원짜리 도시락이라고? 한O 6000원짜리 도시락도 이거보다는 훨씬 잘나온다”라며 독거노인 무료급식 도시락과 시중 유명 프랜차이즈 도시락 메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 도시락은 충주에 사업장을 둔 A 업체가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 및 관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A 업체는 뒤늦게 도시락 납품량이 몰리며 준비가 미흡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도시락값을 재료비 수준인 절반만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업체를 선수단에 소개한 충주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개최지로서 꼼꼼히 챙기지 못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불편을 겪은 선수 및 관계자들을 위해 현장에서 음료와 간식 등을 추가로 제공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놓고 해쳐먹는구나”, “설명 없었으면 먹다 남긴 건 줄 알겠다”, “2000원도 비싸다”, “저거 먹고 50미터 뛰다가 영양실조로 병원 가겠다”, “1만 2000원이면 편의점에서 도시락 2개 사고도 몇백원 남는다”, “부랑자 무료 급식도 저것보다 100배 낫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