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
고령화에 녹내장 환자 급증···40대 이상이 대부분
초기 단계엔 대부분 무증상···진단엔 안저검사 필수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치료 나서야 실명 예방 가능
고령화에 녹내장 환자 급증···40대 이상이 대부분
초기 단계엔 대부분 무증상···진단엔 안저검사 필수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치료 나서야 실명 예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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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흰자가 안 보일 정도로 빨갛게 충혈된지 벌써 한 달이 넘었어요. 눈이 뻑뻑하다 못해 마치 모래가 낀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지고, 욱신거려서 검색해 봤더니 ‘녹내장’이란 단어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IT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서경제(40·가명) 씨는 최근 눈에 이상을 느껴 안과를 찾았다. 어려서부터 안경을 썼던 서씨는 마이너스(-) 7디옵터 이상의 심한 고도근시로 라식수술을 받은 지 20년 가까이 됐다. 모니터를 오래 들여다보는 직업 특성상 눈이 쉽게 피로해졌기에 처음 실핏줄이 터졌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증상이 나아지기는 커녕 충혈된 눈에 이물감, 눈물 증상까지 나타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40대에 접어들며 지인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자주 듣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체감하면서 건강검진 결과표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란 칼럼을 읽은 서씨는 정밀검진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3대 실명질환인데…초기 증상 없어 환자 스스로 자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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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40대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노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고령화와 건강검진 활성화 등으로 국내 녹내장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 진료인원은 2019년 약 97만5000명에서 2023년 119만 명을 넘어섰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이 전체 환자 10명 중 9명 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씨의 위기감이 괜한 기우는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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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압 낮아 괜찮다고? 국내 환자 77%는 ‘정상안압 녹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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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세 미만이라도 고도근시 등 녹내 고위험군은 정기검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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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센터장은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았더라도 수술 전의 근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녹내장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력교정술을 받거나 포도막염 등 안질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도 안압을 높여 녹내장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별다른 예방법이 없다. 정기검진으로 녹내장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최선책이다. 정 센터장은 "녹내장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병이 진행하는 비율이 50%가량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현재로선 점안제를 통해 안압을 낮추는 게 녹내장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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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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