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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크루 때문에"…공인중개사협회 '임장비'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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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만 둘러봐도 비용 지불…실제 계약시 차감 형태

소비자 "매번 비용 부담"…중개사 "직거래 더 늘듯"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2025.4.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2025.4.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중개업소에 매물을 보러 온 매수자에게 일정 비용을 받는 '임장 기본 보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수요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구상하는 '임장 기본 보수제'는 개인이 중개사무소를 통해 매물을 둘러볼 경우 일정 금액의 임장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실제 거래 계약이 체결되면 임장 비용을 중개보수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임장 크루'가 중개사 업무 방해…유료 임장 상품까지 판매

일명 '집 보기 수수료'는 매수 의사 없이 시세 파악을 목적으로 임장을 나서는 '임장 크루' 때문에 중개사가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자 나온 대책이다.

'임장 크루'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그룹을 만들어 중개 사무소를 통해 매물을 보러 다니는 모임을 말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임장 원데이 클래스', '강사 동행 실전 100곳 임장' 같은 유료 임장 크루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임장 크루 활동이 확산하자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졌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집을 알아본다고 해서 집을 보여줬는데, 알고 보니 '임장 크루'였다"며 "우리는 생계가 걸린 일인데, 상대는 단순한 공부 목적이었다니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1월 취임한 김종호 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당선 공약으로 '임장 기본 보수제'를 내세웠다.


김 회장은 "공인중개사는 단순 안내자가 아니라 국민 재산을 다루는 전문 자격사"라며 "임장 과정에서의 노력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등 해외에서는 집을 보기 전 매수 의향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중개사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담해도 집만 보고 떠나면 끝인 구조"라고 말했다.

협회 "법 개정 사항, 강행할 계획은 아냐"

하지만 소비자들은 매물 확인에도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러 매물을 둘러보는 경우 임장비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계약도 안 했는데 매번 돈을 내야 한다면, 고물가 시대에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중개사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임장 보수제가 도입될 경우, 오히려 부동산 직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장 크루'가 많아지면서 나온 대안이긴 하지만, 임장 비용을 받게 되면 실수요자의 반발로 직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다"며 "안 그래도 손님이 줄었는데, 더 줄어들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중개사는 "'집 보기 수수료'를 도입하면 중개사들이 더 곤란해질 수 있다"며 "보수 체계를 마련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누가 임장비를 청구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 집을 보여줄 때 세입자의 협조가 필요한데, 임장비가 생기면 세입자도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협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임장 기본 보수제는 신임 회장의 당선 공약 중 하나"라며 "국민적인 합의와 함께 법 개정 및 국토교통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므로, 강행할 계획은 아니다"고 밝혔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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