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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협상 로드맵 구축”vs 美 “이르면 내주 양해 합의할 수도” ...속도는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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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 측, 단일화 실무 협상 또 결렬
미 재무 “한, 최선 제안” 긍정 평가
통상본부장, 내주 방미통해 실무협의
韓 ‘대선 후 최종 타결’ 쪽 무게
美에 준 최선의 제안 공개 안해 불확실성 우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김용훈·양영경 기자]한미 재무·통상 분야 장관이 처음으로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한 향후 협의 방안 등을 논의한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양국은 관세·비관세 조치 등 4개 분야의 핵심 의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실무 협의로 진행키로 했다.

또 전략적인 조선업 협력의 중요성을 통해 미국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고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를 협상 데드라인으로 ‘7월 패키지’라는 실질적 기한을 도입함으로써 체계적인 협상 로드맵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시한 방안들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불확실성으로 지목했다.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 출범 후인 ‘7월 포괄 합의’에 무게를 싣는 반면 미국은 조속한 성과 도출을 강하게 희망해 논의 속도를 놓고 한미 간 온도 차도 일부 감지된다는 지적이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한미 재무·통상 ‘2+2’ 통상 협의와 이어 열린 한미 통상장관 협의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를 협상 데드라인으로 놓고 향후 구체적 의제와 일정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관심사인 무역 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라도 전략적인 산업 협력 파트너인 한국에 상호 관세나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지를 펼치면서 관세 면제나 예외를 설득하는 전략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무역·투자·조선·에너지 등과 관련한 우리의 협력 의지와 비전을 소개했다”며 “미국의 상호관세와 품목 관세 부과가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음을 설명하고, 한국에 부과된 관세에 대한 면제와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보이는 한미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검토 문제도 이날 협상에서 거론됐는데, 이는 대표적으로 한국의 대미 협상 지렛대 카드로 거론됐다.

이로 인해 미국측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한미 2+2 협의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면서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방위비 논의 분리’ 기조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이번 협의에서 미국 측이 방위비 문제를 따로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일단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관세 협의를 위해 방미한 일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분담액,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내 저조한 판매량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협상 전면에 나선 바 있었다.

이번 고위급 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로 의제가 좁혀진 가운데 양측 간의 논의는 내주부터 가동될 실무 협의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이번 협의에서 구체적 ‘청구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향후 실무 논의에서 그간 대 한국 수출 장애 요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각종 비관세 장벽 이슈를 꺼내 들면서 한국의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그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에서부터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까지 한국에 자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저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기 전 합의를 도출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논의 속도에 관해서는 한미 간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된다.

우리 대표단은 6월 3일 대선이 열려 정부가 교체되는 국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 권한 대항 체제인 현 정부에서 협상의 기반을 닦고 최종 결정은 새로 선출된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베선트 장관이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을 우선 협상국으로 정하고 트럼프 무역정책 성과물을 도출하고자 하는 미국은 최대한 이른 성과 내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미 간 협의 방향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의 다음주 미국 출장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이뤄질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5월 15∼16일 방한 때 ‘중간 점검’을 거쳐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2+2 통상협의는 관세·비관세 조치·투자·통화 정책의 네 가지 핵심 의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7월 패키지’라는 실질적 기한을 도입함으로써 체계적인 협상 로드맵을 구축한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반적인 협상 주도권이 미국 측에 있는 상황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여전히 주요 변수로 남아있어 향후 면밀한 대응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 말대로만 간다면 참 좋을 것 같지만 미국에 제안한 것들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불확실성도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역 협상을 이끄는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미국이 만족한 제안을 한 것 같은데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예상한 대로다. 초기 어떤 걸 할 수 없다. 계획을 세우고 온 것 뿐”이라며 “1단계 협의를 하고 양쪽에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어 “우리는 상호관세 철폐, 품목관세 철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저 쪽에서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라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