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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으로 10억 아파트 산다?"…혁신 vs 무리수 '지분형 주담대'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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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공정하고 질서있게 대선 치러질 수 있게 모든 지원"

금융위 '지분형 주택담보대출' 추진…6월 목표로 로드맵 준비

전문가들 "청년층 '내집 마련' 장벽 낮춰"…'집값 상승' 우려도



뉴스1

23일 서울의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2025.4.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지분형 주담대)'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 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길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정책으로 평가되지만, 과거 비슷한 시도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무리한 시도라는 시선도 공존한다.

지분형 주담대는 정부와 소비자가 지분을 나눠 주택을 함께 매매하고, 향후 매각 시 시세 차익도 함께 나누는 방식이다. 정부와 수익을 공유한다는 개념 자체가 부동산을 '투자 수단'으로 여겨온 국민 정서에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가치 있는 시도"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청년층·신혼부부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을 위한 '정책 필요성'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관건은 정교한 설계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온도 차가 큰 만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집값 상승만이 아닌 하락 가능성까지 포함한 리스크 관리 방안, 그리고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금 1.8억으로 10억 아파트 매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6월 발표를 목표로 '지분형 주담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분형 주담대는 소비자가 전체 집값의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은 주금공이 '투자'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주금공이 최대 40%인 4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6억 원은 매수자가 부담한다. 이 6억 원 중에서도 기존 주담대와 동일하게 은행에서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매자는 약 1억8000만 원 정도의 현금만 있으면 10억 원짜리 집을 매입할 수 있다.

다만 주금공의 투자분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일반 시중금리보다 낮은 연 2%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후 집을 매도할 경우에는 집값이 상승하면 그 차익을 비율대로 나눠 갖고, 반대로 하락할 경우 손실은 주금공이 부담한다.


금융당국은 지역별로 지원 한도를 설정해 서울은 10억 원 이하, 경기도는 6억 원 이하, 지방은 4억 원 이하의 주택에 한해 지분형 주담대를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는 총 1000호 규모의 시범 사업을 먼저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 및 시기는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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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내 집 마련' 장벽 낮추는 시도…가계부채도 줄여"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볼 만한 시도'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송승헌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을 매매할 때 대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젊은 세대가 쉽게 꿈꾸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며 "대출 상품을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지금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 원인데, 월급 200만~300만 원으로 어떻게 집을 사겠느냐"며 "내 집 마련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청년들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산다'는 포비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춰 장기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충분히 긍정적이다"고 했다. 그는 특히 "주금공 지분을 나중에 추가로 사들이면서 점차 본인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금공이 투자한 부분은 통계상 개인 차주의 가계부채로 잡히지 않는다"며 "외국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하는 것이 가계부채인 만큼, 이 구조를 통해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 불씨" "세금으로 손실 보전" 지적도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분형 주담대가 자칫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10억 원 이하 아파트를 지분형 주담대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 해당 가격대에 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승헌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도권에서도 지분형 주담대가 적용될 경우, 기존 주택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달리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의 경우, 주택 매각 시 손실을 주금공이 떠안는 구조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그 손실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주금공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데, 왜 개인의 투자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줘야 하느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의 '정서적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2013년에도 유사한 방식의 '공유형 모기지'가 도입된 바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집값이 오를 경우 이익을 정부와 나눠야 하는 구조가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내가 산 집인데 왜 이익을 나눠야 하느냐"는 인식이 뿌리 깊었기 때문이다.

서진형 회장은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해 이자를 더 부담하더라도, 향후 집값이 오르면 그 수익은 온전히 내가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지분형 주담대가 대중적으로 정착되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통해 주거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정책의 지속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지분형 주담대는 적용 대상 지역, 부동산 가격 기준 등 정책 설계에 있어 고민이 매우 많이 필요한 제도로, 설계가 전체 성공의 70% 이상을 좌우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며 일관성이 부족했던 점도 문제였다"며 "정권과 무관하게 정책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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