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트럼프 ‘유화’도 조롱하는 중국…자신감 ‘밑천’된 5대 카드[디브리핑]

속보
중국 "대미 관세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블룸버그>
관세폭격 투하 트럼프, 먼저 유화 제스처
폭격 당한 중국 내성 생긴듯 침묵
“트럼프 1기 이후 지금 상황 준비한 듯”
디브리핑(Debriefing:임무수행 보고):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핫한’ 글로벌 이슈의 숨은 이야기를 ‘속시원히’ 정리해드립니다. 디브리핑은 독자와 소통을 추구합니다. 궁금한 내용 댓글로 남겨주세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오히려 중국은 버티는 와중에 미국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미국 경제가 역풍을 맞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관세 전쟁 와중에 145%까지 끌어올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하향 조정의사를 내비치는 등 스스로 미중 관세전쟁 ‘완화’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도 미국이 중국과 무역 문제를 현재 협상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중국의 누구와 무역 대화를 나누냐’는 질문에 “그들은 오늘 오전에 회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나중에 공개할 수 있지만 그들은 오늘 오전에 만났으며 우리는 중국과의 만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대화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이를 부인하면서 양국 간 대화가 실제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9일 세계 57개 경제주체(56개국+EU 27개국)에 차등 적용하는 상호관세를 발효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했다. 대신 중국에만 145%의 관세를 매겼다.


미국이 그전에 매겼던 대중 관세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자 ‘괘씸죄’ 차원의 초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 것이다. 중국은 여기에 또 한번 흔들리지 않고 대미 무역 관세를 125%로 올리며 정면 대응했다.

사실상 무역 중단 사태를 맞은 미중 양국 중 누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지 주목됐다. 관세 인하를 먼저 언급한 건 미국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서명식에 참여하고 있다. [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서명식에 참여하고 있다. [AP]



美, 지칠 정도로 중국 때렸지만…中, ‘무통증’ 느낀듯 침묵하자 다급해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JP모건 주최 비공개 행사에서 미중 무역 갈등은 지속 불가능하며 양국 협상을 통해 완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한 “아주 가까운 장래”에 관세가 “완화될 것”이라면서 이로써 “전 세계와 시장에 안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안도한 건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중국과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에 알리길 원한 내용이라며 중국과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대해 별도 언급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발등의 불’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떨어진 거라는 견해가 다수인 것 또한 이런 반응과 무관치 않다.

미중 관세 전쟁은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쳐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작업, 그와 별도로 전개되는 자동차 및 철강 등 특정 품목에 대한 품목관세 부과 작업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이에 따라 미 증시가 폭락하고 미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가치와 국채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상황이 펼쳐졌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 채권에 1억2500만~4억4300만달러(약 1700억원~6300억원)를 투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그의 금융자산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자신의 지그재그 럭비공식 일처리로 국채 가격 하락을 자초, 상당한 손해를 봤을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미국에 매를 맞을 대로 맞은 중국은 무덤덤한 표정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미국의 관세율 인하 언급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시절,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 트럼프 2기에서는 의연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또한 지난 2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폭탄이 투하될 때마다 ‘끝까지 맞서겠다’면서 즉각 보복 조치를 내놨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대비하고 있었다는 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출국하며 훈센 캄보디아 총리로부터 환송 예우를 받고 있다. [AF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출국하며 훈센 캄보디아 총리로부터 환송 예우를 받고 있다. [AFP]



‘트럼프 1기’때 수세 몰린 시진핑…기다렸다는 듯 펼친 5장의 카드
영국 BBC방송은 24일 중국의 이와 같은 의연한 전투적 자세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설 5장의 카드를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째 카드는 중국이 미국보다 고통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는 점으로 꼽았다.

공산당 체제에서는 미국처럼 선거나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정부 기조를 장기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탄탄한 내수시장이 있다는 점도 미국에 맞서 버틸 힘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 더불어 중국에선 ‘관세폭탄’을 투하하는 미국에 맞서자는 ‘애국주의’ 바람까지 불고 있다.

두번째 카드로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애플을 제친 중국 스마트폰업체 화웨이와 비보, 세계 1위 전기차 브랜드에 오른 비야디(BYD) 등 미래 투자로 쌓은 중국의 첨단기술력이 꼽혔다.

중국은 향후 AI(인공지능) 분야에 1조달러(1428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물량 공세는 미국도 공포를 느낄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민간 AI 투자는 1500억달러(약 215조원) 수준이었고, 이 중 미국이 전체 투자액의 70%가량을 차지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곳을 물색했지만, 중국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와 숙련된 기술자를 갖춘 곳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중국이 어떤 면에서 트럼프 1기 때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번째 카드로는 중국의 ‘탈미 전략’이다. 중국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부터 탈미 전략을 가속화했다고 BBC는 덧붙였다.

중국이 수입하는 대두의 40%가 한때 미국산이었으나, 현재 20%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도 미국에서 동남아로 바뀐지 오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



네번째 카드는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다. 중국은 7000억달러(약 1000조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이은 2위 규모다.

다섯번째 카드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다.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필수적 원재료인 희토류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채굴과 가공 영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달 미중 갈등이 극도로 고조되자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지난해 중국이 안티모니라는 광물 수출을 통제하자 시중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