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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를 졸업하고 2023년 SSG의 1라운드(전체 5순위) 지명을 받으며 큰 기대 속에 입단한 이로운은 적어도 출전 경기 수에서는 또래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선수였다. 입단 직후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2023년 1군 50경기(57⅔이닝), 2024년 63경기(56이닝)에 나갔다. 그러나 성적은 한계가 있었다. 2년 연속 5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뭔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프시즌 고민이 많았던 이로운은 고민만 하기보다는 일단 몸을 움직였다.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고 다짐했다. 신인부터 계속 잘했다면 놓치고 갔을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시즌 막판부터 하체 운동에 집중했던 이로운은 그 과정을 계속 진행하면서 제3의 구종인 슬라이더도 연마했다. 페이스도 약간 의도적으로 늦췄다. 2년간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졌던 부분을 반성한 결과였다.
복잡한 생각과 실천 속에 오프시즌이 지나갔다. 캠프까지 페이스가 조금 덜 오른 모습이 있어 약간의 우려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이로운의 시즌 출발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시속 150㎞의 패스트볼을 펑펑 꽂으면서 순항하고 있다. 시즌 첫 11경기에서 11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0.82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의구심은 걷히고 있다. 당초 필승조와 추격조 사이에 걸쳐 있었지만, 지금은 이기는 경기에서 나간다. 코칭스태프도 인정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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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다르다. 11경기, 11이닝이라는 불펜 투수로서는 적지 않은 표본이 쌓인 가운데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은 0.185,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은 0.158로 뛰어나다. 이제는 주자가 있을 때 앞선 투수를 구원하는 임무를 맡을 정도로 신뢰를 쌓고 있다. 주자에게 홈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피칭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한다. 올해 전체 11개의 탈삼진 중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9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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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비해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높아지면서 우타자를 상대로 던질 수 있는 무기가 늘었고, 이것이 포심 및 체인지업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타자 상대 약세를 지웠다. 이로운의 지난해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10으로 높았지만, 올해는 0.208까지 내려왔다. 원래 멀티이닝도 가능했던 투수가 좌·우를 가리지 않는 장점도 장착했고, 여기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강하니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이로운을 팀 불펜의 미래로 믿고 지난해 많은 경기에 내보낸 SSG 코칭스태프도 그 이자를 올 시즌 받고 있다. 시즌 막판에는 아예 2군으로 보내 하체 운동부터 시킬 정도로 기본기 정립에 매진했는데 6개월의 노력은 이제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이 활약을 끝까지 이어 가야 한다는 과제는 있지만, 지난 2년의 실패에서 배운 것은 올 시즌 기대감으로 이어질 만한 충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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