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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느낌 대신 수학으로 투자한다 [생활 속, 수학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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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주식 투자자 중 상당수는 “오늘 느낌이 좋다” 혹은 “촉이 좋다”는 이유로 투자를 감행한다. 그러나 ‘퀀트(Quant)' 투자는 다르다. 영어로 ‘정량적’이라는 뜻으로, 투자 결정을 수학과 통계에 기반해 내린다. 감정이나 직관은 배제하고, 숫자와 알고리즘을 따른다. 이런 접근법은 인간의 심리적 편향을 제거하고 객관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퀀트 투자의 뿌리는 1950년대 미국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시작된다. 그는 수익률만큼 중요한 것이 '위험'이라고 봤다. 위험을 줄이는 핵심 전략으로 '분산 투자'를 제안했다. 단순히 자산을 여러 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을 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하게 들리지만,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낸 셈이다.

예컨대 우산 회사와 양산 회사가 있다고 하자. 비가 오면 우산 회사가, 맑은 날엔 양산 회사가 잘 나간다. 두 주식을 함께 보유하면 어느 쪽이든 시장이 변할 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분산 투자 효과이며,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조합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마코위츠는 더 나아가 '어떤 자산에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가'를 수학으로 풀었다. 자산별 기대수익률, 수익 변동성, 자산 간 상관관계 등을 입력해 최적 조합을 찾는 방식이다. 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퀀트 투자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초가 됐다.

오늘날 퀀트 투자자는 이 원리를 바탕으로 수백 개 종목을 동시에 분석해 수익과 위험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컴퓨터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패턴을 찾아내고, 투자 전략에 활용한다. 방대한 양의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단순한 직관 대신, 통계적 근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퀀트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이 배제된 일관된 의사결정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익에 빨리 만족하고 손실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기 쉽다. 퀀트 방식은 감정적 편향을 제거하고 수학 원칙에 따라 투자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수학적 사고로 움직이는 투자. 그것이 퀀트 투자다. 결국 퀀트 투자는 말한다: "예측보다 분산, 감정보다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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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주)IFE Analytics 대표·<돈의 흐름을 읽는 연준의 생각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