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수용 잠실주경기장 공사중
월드컵경기장은 잔디 훼손 논란
CJ 공연장도 공사비 올라 무산
국내 아이돌들 해외투어에 집중… 해외 팝스타들은 고양-인천으로
월드컵경기장은 잔디 훼손 논란
CJ 공연장도 공사비 올라 무산
국내 아이돌들 해외투어에 집중… 해외 팝스타들은 고양-인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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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 2023년 8월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공연장 기근이 더욱 심해졌다. 사진은 2022년 6월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8회 드림콘서트 현장. HD현대 제공 |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트래비스 스콧….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올해 내한했거나 할 예정인 해외 팝스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공연장으로 택했다. 다음 달 31일 내한하는 카녜이 웨스트 역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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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형 콘서트가 꼭 서울에서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는 건 권장할 만하다. 문제는 이들이 서울에 마땅한 대규모 공연장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점이다. 서울엔 전용 공연장도 없어 음향이나 안전 면에서도 만족스럽지 않다. K팝의 세계적인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정작 이를 뒷받침할 공연장 인프라는 아쉬운 상황이다.
●“공연장 없어 테일러 스위프트 섭외 못 해”
현재 서울에서 1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1만5000석 규모인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뿐이다. 일본은 도쿄도에 닛산스타디움(약 7만 석) 등 3만 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공연 장소가 5곳이나 된다.
공연장 부족 현상은 최대 관객 10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이 2023년 8월 리모델링에 들어간 뒤 더 심해졌다. 게다가 잠실 주경기장은 2026년 12월 준공(예정)되더라도, 잠실 돔구장이 신설되는 2031년까지 야구장으로 쓰여 주요 공연장으로 활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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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6만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잔디 훼손’ 논란으로 그라운드석 판매를 안 하는 등 사용이 까다로워졌다. 고척스카이돔(2만5000명) 역시 프로야구 시즌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전용 공연장을 표방했던 ‘CJ라이브시티’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지난해 결국 무산됐다.
가요계에 따르면 한국의 공연 인프라는 팬데믹 사태 이후 급격히 커진 공연 수요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K팝 가수들의 공연을 보려고 세계에서 몰려드는데 마땅한 공연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형 슈퍼 콘서트를 유치해 온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일본 도쿄돔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관람 뒤 소셜미디어에 “우린 대형 공연장이 없어서 (섭외)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이렇다 보니 K팝 아이돌도 대형 공연장이 많은 해외 투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日, 1만 석 이상 공연장 40개 넘어
공연 관계자들도 죽을 맛이다. 몇 안 되는 공연장을 놓고 늘 ‘대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대규모 공연장은 몇 개월 전부터 신청해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도 “비교적 규모가 큰 고양종합운동장으로 몰리지만, 야외라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서 아쉽다”고 말했다. 고양종합운동장은 스포츠 경기 전용이라 VIP 좌석인 ‘스카이박스’에 앉으면 무대를 측면에서 봐야 한다.
그나마 1만5000석 규모의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전문 공연장이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인천 영종도에 있어 팬들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 최근 이곳에서 열린 아이돌 콘서트에 다녀온 정모 씨(32)는 “공연장이 여기라고 하면 팬들이 한숨부터 내쉰다”고 말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에 따르면 일본은 전국에 1만 석 이상 공연장이 40곳이 넘는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3만7000석)와 요코하마 아레나(1만7000석), 피아 아레나(1만2000석), 오사카 아레나(1만5000석) 등 음악 중심 공연장도 4곳이다.
음공협의 고기호 부회장은 “현재 정부와 협의해 유휴 공간들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충분치가 않다”며 “K팝 음악 시장의 수준에 맞는 전문 공연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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